2026년 3월 4일,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을 2심에서도 유지했다. 이로써 일본 종교법인법 역사상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한 최초의 해산 명령이 즉시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고, 교단의 청산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판결의 배경에는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이 있다.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에 고액 헌금을 해 가정이 파탄 났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고, 이를 계기로 일본 사회에서 통일교의 고액 헌금 실태와 자민당과의 유착 관계가 대대적으로 드러났다.
2024년 기준 교단 총 재산은 약 1,040억 엔(한화 약 1조 원), 법원이 인정한 고액 헌금 피해자는 최소 1,500명, 피해액은 약 204억 엔(약 1,910억 원)에 달한다. 이 글에서는 일본 현지 소식을 바탕으로 해산 명령의 핵심 내용, 청산 절차의 구체적 진행 과정, 재산 유출 우려, 한국과의 연관성까지 다룬다.
도쿄고등재판소 2심 판결 핵심 내용
미키 모토코(三木素子) 재판장이 이끄는 도쿄고등재판소 재판부는 2025년 3월 도쿄지방재판소의 1심 해산 명령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신자들의 불법적인 헌금 권유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산 명령이 필요하고 부득이하다"고 판시했다.
1심과 2심 판결 비교
| 구분 | 1심 (도쿄지방재판소) | 2심 (도쿄고등재판소) |
|---|---|---|
| 판결일 | 2025년 3월 25일 | 2026년 3월 4일 |
| 판결 내용 | 해산 명령 | 1심 결정 유지 (해산 명령) |
| 핵심 근거 | 민법상 불법행위 (고액 헌금 강요) | 동일 근거 유지 + 현재 진행형 위법성 강조 |
| 재판장 | 도쿄지방재판소 | 미키 모토코 재판장 |
| 효력 | 항고로 효력 정지 | 즉시 효력 발생 (청산 절차 개시) |
| 피해 규모 인정 | 1,500명 이상, 204억 엔 | 1심 인정 내용 유지 |
주목할 점은 이번 판결이 형사 범죄가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종교법인 해산을 명령한 일본 최초의 사례라는 것이다. 과거 법령 위반으로 해산된 종교법인은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의 옴진리교와 거액 사기의 명각사(明覚寺) 등 2건에 불과했으며, 모두 교단 간부의 형사 사건이 직접적 근거였다.
** 2심 판결로 해산 명령의 효력이 즉시 발생하는 이유는 일본 종교법인법의 구조 때문이다. 1심은 항고(즉시 항고)로 효력이 정지되지만, 2심(고등재판소) 결정은 특별 항고를 하더라도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 교단이 최고재판소에 특별 항고해도 청산 절차는 계속 진행된다.
아베 피살부터 2심까지 | 해산 명령 경위 타임라인
이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 중 야마가미 데쓰야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야마가미는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에 약 1억 엔을 헌금해 가정이 파탄 났으며,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관계에 원한을 품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자민당 의원들과 통일교 간의 유착 관계가 대대적으로 폭로되었고, 문부과학성은 2022년 11월부터 종교법인법에 따른 '질문권'을 행사하며 교단 조사에 착수했다. 2023년 10월, 문부과학성은 도쿄지방재판소에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2025년 3월 25일 1심에서 해산 명령이 내려졌고, 교단이 항고한 끝에 2026년 3월 4일 2심에서도 해산 명령이 유지되었다.
** 2026년 1월, 야마가미 데쓰야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변호인단은 어머니의 통일교 헌금으로 인한 가정 파탄이 범행의 직접적 동기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범행의 잔혹성을 고려해 최고 수준의 형을 선고했다.
1조 원대 자산 청산 절차 | 피해자 구제는 가능한가
2심 판결과 동시에 도쿄지방재판소는 청산인으로 제1도쿄변호사회 소속 이토 나오(伊藤尚)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토 변호사는 판결 당일부터 청산 업무에 착수했으며, "연 단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청산 절차의 구체적 진행 과정
청산인은 선임일(2026년 3월 4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최소 3회 이상 관보(官報)를 통해 채권 신고 공고를 게재해야 한다. 헌금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공고를 통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청산인은 교단의 전체 재산을 조사·관리하고, 채무를 변제한 후 잔여 재산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 항목 | 내용 |
|---|---|
| 교단 총 재산 (2024년 기준) | 약 1,040억 엔 (한화 약 1조 원) |
| 법원 인정 피해자 수 | 최소 1,500명 |
| 법원 인정 피해액 | 약 204억 엔 (한화 약 1,910억 원) |
| 청산인 | 이토 나오 변호사 (제1도쿄변호사회) |
| 채권 신고 공고 | 2개월 내 관보에 최소 3회 게재 |
| 예상 소요 기간 | 수년 단위 |
일본 관방장관 기하라 미노루는 "법원의 감독 하에 청산 절차가 적절히 진행되어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관계 부처에 피해 구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 교단이 종교법인 자격을 상실하면 세금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종교 활동 자체는 임의단체 형태로 계속할 수 있다. 해산 명령은 종교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으로서의 특혜를 박탈하는 조치다.
재산 유출 우려 | 조기 퇴직금과 천지정교 문제
피해자 구제의 최대 장애물은 교단의 재산 유출 가능성이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단은 2심 판결 직전 정직원 약 1,200명 중 약 340 - 50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최대 22개월분 급여를 포함한 퇴직금을 지급했다. 총액은 수십억 엔 규모로, 이는 청산 과정에서 재산 유출로 간주되어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잔여 재산의 이전 문제다. 2025년 3월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는 이미 2009년에 해산 시 잔여 재산의 귀속처를 홋카이도 오비히로시에 위치한 관련 종교법인 천지정교(天地正教)로 지정해놓은 것이 확인되었다. 천지정교는 1999년 이후 종교 활동 실적이 전혀 없는 사실상의 휴면 법인이지만, 통일교와 우호 관계에 있는 단체다.
교단의 총 자산이 약 1,040 - 1,181억 엔인데 비해 법원이 인정한 피해액은 204억 엔 수준이므로, 청산 후에도 수백억 엔에서 최대 1,000억 엔에 가까운 잔여 재산이 남을 수 있다. 이 거액이 천지정교 등 관련 단체로 흘러가면 피해자 구제와 무관하게 교단이 실질적으로 자산을 보전하는 결과가 된다.
** 일본 문화청은 2025년 10월 '지정종교법인 청산에 관한 지침'을 결정하여 재산 이전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미 16년 전에 결의된 천지정교로의 재산 귀속 결정을 어떻게 무효화할 수 있을지는 법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과의 연결고리 | 한학자 총재 구속과 한일 동시 압박
일본의 통일교 해산 명령은 한국 내 통일교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025년 9월 23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국에서 구속되면서, 통일교는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법적 압박을 받는 전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일본 현지 피해자 변호단은 "일본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한국 내 통일교 영향력 확대를 위해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일본 언론들도 한학자 구속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통일교의 한일 간 자금 흐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위법 종교단체의 해산과 재산 귀속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어, 한일 양국에서의 법적 조치가 동시에 진행되는 형국이다.
** 교단측은 "결론 있는 부당한 판단"이라며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특별 항고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특별 항고에는 집행 정지 효력이 없으므로 청산 절차는 항고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된다. 최고재판소가 해산 명령을 취소하는 경우에만 절차가 중단되며, 교단은 종교법인으로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 사건이 남긴 과제
일본에서 통일교 해산 명령이 확정된 것은 단순한 종교 문제를 넘어 종교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 사이의 균형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일본변호사연합회(日弁連)는 판결 당일 "해산 명령이 확정되었으나, 이것만으로 피해자 구제가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회장 담화를 발표하며 지속적인 감시를 촉구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약 1조 원에 달하는 교단 자산이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조기 퇴직금 지급, 천지정교로의 재산 이전 시도 등 다양한 경로의 재산 유출을 청산인과 법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베 전 총리 피살이라는 비극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4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2심 해산 명령이라는 법적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는 이제 시작이다. 일본 사회가 이 전례 없는 종교법인 청산 과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향후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유사 사례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후속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면, 청산인이 관보에 게재할 채권 신고 공고 일정과 최고재판소의 특별 항고 심리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