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쿠팡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면서 한 미국인 법률가의 이름이 대한민국 전역에 알려졌다.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쿠팡 미국 모회사의 2인자로 조용히 활동하던 그는 위기 수습을 위해 한국 법인 대표이사로 전격 투입됐다.
국회 청문회에서 책상을 두드리며 "Enough(그만합시다)"를 외치고, 국정원 지시를 운운하다 위증 혐의로 고발당하고, 경찰 소환과 미국 하원 출석까지 오가는 동안 로저스라는 인물은 단순한 '소방수'를 넘어 쿠팡 사태 그 자체의 중심에 섰다.
이 글에서는 해롤드 로저스의 출생·학력·경력 전반을 짚고, 국회 청문회와 경찰 수사 경과, 그리고 쿠팡 물류센터의 10시간 장시간 노동 문제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해 분석한다.
해롤드 로저스 기본 프로필과 학력
| 항목 | 내용 |
|---|---|
| 본명 | Harold Rogers (해롤드 로저스) |
| 출생 | 1977년, 미국 |
| 국적 | 미국 |
| 학사 | 브리검영대학교(BYU) 영어영문학 (1995 - 2001) |
| 법학박사 |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J.D. (2001 - 2004) |
| 현직 |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이사 / 쿠팡Inc CAO 겸 법무총괄 |
| 순자산 | 최소 약 1,020만 달러 이상 추정 |
해롤드 로저스는 1977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브리검영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박사(Juris Doctor) 학위를 취득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 역시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 학사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중퇴) 출신으로, 두 사람은 하버드 동문 관계에 해당한다.
로저스가 브리검영대학교를 6년간 재학한 배경에 대해서는 미국 BYU 출신 학생들 사이에서 흔한 선교 활동 기간이 포함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BYU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몰몬교)가 운영하는 대학으로, 재학생 상당수가 2년간 선교 활동을 위해 휴학한다.
하버드 로스쿨 J.D.는 한국의 법학전문대학원 석사에 비견되는 과정이지만, 미국에서는 '법학박사' 학위로 분류된다. 미국 법조계 진입의 핵심 관문이며, 연방 법원 재판연구관(로클럭) 임용의 필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쿠팡 합류 전 경력: 연방항소법원부터 글로벌 로펌까지
해롤드 로저스의 쿠팡 이전 커리어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미국 연방항소법원 로클럭
하버드 로스쿨 졸업 직후, 로저스는 미국 연방항소법원 D.C. 서킷(D.C. Circuit)에서 로클럭(Law Clerk,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D.C. 서킷은 연방 대법원 바로 아래 단계인 13개 연방항소법원 중에서도 가장 권위가 높은 법원으로, 대법관 배출의 산실로 불린다. 이곳의 로클럭은 미국 법조계에서 최상위 엘리트만 선발되는 자리다.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 LLP) 파트너 변호사
2006년부터 약 10년간 미국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했다. 시들리 오스틴은 미국 10대 로펌 중 하나로, 기업 소송과 규제 대응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로저스는 이곳에서 복잡한 기업 분쟁과 정부 규제 대응 업무를 담당하며 법률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밀리콤(Millicom International Cellular) 부사장
시들리 오스틴을 떠난 로저스는 글로벌 통신 기업 밀리콤에 합류해 부사장(EVP)이자 최고윤리준법책임자(Chief Ethics & Compliance Officer) 직책을 맡았다. 밀리콤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모바일 통신과 디지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로저스는 이곳에서 글로벌 규모의 법무·리스크 관리 조직을 총괄한 경험을 쌓았다.
| 경력 단계 | 기간 | 직책 | 핵심 업무 |
|---|---|---|---|
| 연방항소법원 D.C. Circuit | 하버드 로스쿨 졸업 직후 | 로클럭(재판연구관) | 판결 보조·법률 리서치 |
| 시들리 오스틴 LLP | 약 10년 (2006년 전후 - 2016년 전후) | 파트너 변호사 | 기업 소송·규제 대응 |
| 밀리콤 인터내셔널 | 쿠팡 합류 전 | 부사장·윤리준법 최고책임자 | 글로벌 법무·컴플라이언스 총괄 |
| 쿠팡Inc | 2020년 1월 - 현재 | CAO·법무총괄 | 경영·법무·리스크 관리 전반 |
| 쿠팡 한국법인 | 2025년 12월 - 현재 | 임시 대표이사 | 개인정보 유출 위기 수습 |
로저스는 쿠팡 내부에서 '김범석의 복심'으로 불릴 만큼 의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그의 한국법인 대표 취임은 단순 위기관리 이상의 의미, 즉 미국 본사가 한국 사태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쿠팡 합류와 '2인자' 부상 (2020 - 2025년)
로저스는 2020년 1월 쿠팡Inc(미국 모회사)의 최고관리책임자(CAO)로 합류했다. 2021년 12월부터는 법무총괄(General Counsel)까지 겸임하면서, 쿠팡 그룹의 경영·법무·리스크 관리 전반을 장악하는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쿠팡이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법무 총괄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IPO 이후에도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와 투자자 관계 등 미국 자본시장 대응의 중심에 있었다.
2022년에는 주한 미국 대사와 한국 정부 인사들이 대구 쿠팡 풀필먼트 센터를 방문했을 때 직접 현장을 안내하며 대외 활동에도 나선 바 있다.
2026년 2월 SEC 공시 기준, 로저스는 성과연동 주식보상(PSU)으로 클래스A 보통주 26만 9,588주를 수령했다. 당시 시가 기준 약 66억 원 규모다. 전년도(34만 6,253주) 대비 수량은 22%, 금액 기준으로는 43% 줄어든 수치였지만, 국회 위증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66억 원의 보상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공론화되며 비판이 거세졌다.
쿠팡Inc의 주식보상 체계에서 PSU(Performance Stock Unit)는 특정 성과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구조다. 로저스의 PSU는 수령일까지 근무를 지속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사실상 회사가 그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사 표시에 해당한다.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과 대표이사 교체
2025년 11월, 쿠팡에서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배송 주소, 일부 주문 내역 등이 포함됐다. 범인은 중국인 전 직원으로, 2024년 4월부터 약 7개월간 쿠팡 서버에 비인가 접근하여 데이터를 무단 조회·다운로드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태 초기 쿠팡은 유출 규모를 '3,000건'으로 축소 발표했다가, 이후 3,370만 건으로 정정하면서 국민적 공분이 폭발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배송 주소 1억 2천만 건, 주문 데이터 5억 6천만 건 이상이 유출됐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2025년 12월 10일,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미국 본사의 해롤드 로저스가 한국법인 임시 대표이사로 즉시 선임됐다. 쿠팡은 이에 대해 "모회사 쿠팡Inc가 사태를 적극적으로 수습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의 핵심 쟁점은 단순 해킹이 아닌 '내부자 소행'이라는 점이다. 내부 직원이 7개월간 서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쿠팡의 정보 보안 체계에 구조적 허점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국회 청문회: 위증·통역 충돌·'Enough' 사건
로저스 대표가 한국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계기는 국회 청문회였다. 총 세 차례(2025년 12월 17일, 30일, 31일)에 걸친 청문회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차 청문회 (12월 17일): 동문서답과 통역 논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한 첫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는 의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식 답변을 이어갔다. 국회가 지정한 통역이 느리고 오역이 발생한다며 자체 통역사 사용을 요구하는 등 절차적 마찰이 계속됐다. 김범석 의장과 강한승 전 대표 등 핵심 인물이 불출석한 가운데, 로저스와 호주 국적의 브렛 매티스 CISO(최고정보보안책임자)만 출석해 '외국인 증인 앞세우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2차 청문회 (12월 30일): 책상 두드리기와 'Enough'
2차 청문회에서 가장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로저스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중국인 전 직원)와의 접촉이 '국정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즉시 "쿠팡에 어떠한 지시나 명령을 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하고, 과방위에 로저스 대표의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로저스 대표는 의원들이 통역기 사용을 요구하자 격앙된 목소리로 자체 통역 사용을 고집하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Do you think this is funny?"라며 의원에게 되물었고, 답변을 끊자 "Enough"라고 맞받아치면서 청문회장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됐다.
3차 연석 청문회 (12월 31일): 위증 고발 의결
과방위를 포함한 4개 상임위원회 연석 청문회에서도 로저스 대표는 의원들의 질문을 끊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반복했다. 청문회 종료 후 과방위는 김범석 의장, 로저스 대표 등 쿠팡 전·현직 임원 7명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불출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 청문회 | 날짜 | 핵심 사건 |
|---|---|---|
| 1차 (과방위) | 2025.12.17 | 동문서답·통역 마찰·김범석 불출석 질타 |
| 2차 (연석) | 2025.12.30 | '국정원 지시' 주장·책상 두드리기·'Enough' 발언 |
| 3차 (연석) | 2025.12.31 | 위증 고발 의결·범정부 TF 강경 대응 선언 |
한국 국회 청문회에서 외국인 증인이 통역 문제로 이 정도의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이 사건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 국회의 조사 권한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경찰 수사와 미국 하원 출석: 양국을 오가는 법적 공방
국회 고발 이후, 로저스 대표를 둘러싼 법적 절차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서울경찰청은 2026년 1월 2일 경무관급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한 86명 규모의 '쿠팡 수사 종합 TF'를 출범했다. 이 TF는 개인정보 유출 증거인멸, 국회 위증, 산업재해 은폐, 자료보전 명령 위반 등 쿠팡 관련 모든 의혹을 통합적으로 수사하는 조직이다.
로저스 대표는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2026년 1월 21일 한국에 입국한 뒤 1월 30일 첫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12시간의 조사 후 새벽 2시를 넘어 귀가했다. 2월 6일에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두 번째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 역시 14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심문이 이어졌다.
한편 미국에서도 사태가 확산됐다. 2026년 2월 5일,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로저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23일 출석·증언을 명령했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원장이 주도한 이 소환은 '한국 규제 당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는가'를 조사한다는 명목이었다. 로저스는 2월 23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약 7시간 동안 비공개 증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마찰의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고, 무역법 301조 발동과 연계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로저스 대표는 한국 경찰의 출국금지 요청이 검찰에서 반려된 상태에서 미국 하원 증언을 위해 출국했다. 이로 인해 '조사 회피'와 '주권 침해'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
장덕준 산재 은폐 의혹과 로저스의 개입 정황
로저스 대표가 직면한 혐의 중 특히 무거운 것이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다. 2020년 10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야간 노동자 장덕준 씨(당시 27세)가 과로로 숨졌다. 쿠팡은 장 씨의 근로계약서를 조작하고, 산재 책임을 축소·회피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내부 메시지와 이메일에 따르면, 장덕준 씨 사망 대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신·참조인 목록에 'HL'(해롤드 로저스의 이니셜)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로저스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가 대응 전략과 실행 방침을 확정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 '쿠팡 노동자의 내일'은 2026년 1월 6일 김범석 의장과 로저스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용노동부도 쿠팡의 산재 은폐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쿠팡 물류센터 10시간 노동: 구조적 과로의 민낯
쿠팡의 노동 환경 문제는 해롤드 로저스 개인의 쟁점을 넘어 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확대됐다.
물류센터 야간노동과 잇단 사망
2025년 한 해 동안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캠프에서 확인된 노동자 사망은 최소 7 - 8건에 달한다. 사망자 대부분이 야간 작업을 담당했으며, 쓰러진 시점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집중됐다. 2020년부터 누적하면 물류센터와 택배 업무 관련 사망자는 26명이며, 그중 18건이 과로로 인정되거나 과로 추정 사례로 분류된다.
물류센터 기본 근무 시간은 8 - 9시간이지만, 셔틀 통근 시간을 포함하면 실질 소요 시간은 약 12시간에 이른다. 오후조(17:00 - 02:00)나 심야조(21:00 - 06:00) 근무자의 경우 야간 수당이 포함된 일급이 10만 원 내외인데, 이 임금 구조가 야간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2025년 11월,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 고양시 쿠팡 물류센터를 예고 없이 불시 점검했고, 12월부터는 최근 사망 사고가 발생한 물류센터 4개소와 배송캠프 3개소, 배송대리점 15개소에 대한 전면 실태점검이 진행됐다.
택배 기사의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
쿠팡 택배 배송을 담당하는 퀵플렉서(위탁 배송 기사)들의 노동 실태는 더욱 열악하다. 2024년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와 택배노조의 설문조사(260명 대상) 결과,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11.25시간이었다.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9.1%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조사 대비 하루 평균 1.55시간이 늘어난 수치다.
2025년 10월 택배노조가 발표한 후속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주간 하루 평균 11.6시간, 야간 하루 평균 9.7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사 및 휴게 시간은 평균 23분에 불과했다. 전체의 24.6%가 야간에 배송하고 있었고, 응답자 3명 중 1명(31.4%)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 조사 항목 | 수치 |
|---|---|
| 하루 평균 노동 시간 | 11.25시간 (2024년 조사) |
| 10시간 이상 근무 비율 | 79.1% |
| 주간 하루 평균 근무 | 11.6시간 |
| 야간 하루 평균 근무 | 9.7시간 |
| 식사·휴게 시간 평균 | 23분 |
| 야간 배송 종사 비율 | 24.6% |
| 2020년 이후 누적 사망 | 26명 (과로 인정·추정 18건) |
| 2025년 사망 | 최소 7 - 8명 |
정해진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영업점의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가 노동자들의 과로를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용·산재보험을 기사 개인이 부담하는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2024 - 2025년)에서 퀵플렉서의 76.8%가 하루 3회전 배송을 수행하는 반면, 직접 고용 형태인 '쿠팡친구'는 그 비중이 38.2%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고용 형태에 따른 노동 강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쿠팡 측은 "CLS 위탁배송기사는 매일 3명 중 1명꼴로 쉬어서, 하루 휴무자는 6천 명 이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 조사에서 주 5일 근무는 36.8%, 주 6일은 28.3%, 주 7일(무휴) 근무 응답도 존재하는 등 현장 체감과 회사 발표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나타난다.
범정부 TF와 쿠팡 사태의 향후 전망
쿠팡 사태는 단일 기업 이슈를 넘어 한국 사회의 여러 규제 공백을 드러냈다. 정부는 '쿠팡 사태 범정부 TF'를 가동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세청,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이 동시에 조사와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의 영업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다고 밝혔고,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재검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검토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국세청도 쿠팡이 미국 본사에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과도한 금액을 송금하며 세금을 탈루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장은 JP모건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에도 '비중 확대' 투자 의견을 유지한 보고서에 대해 공정성 훼손 가능성을 언급했다. JP모건이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주관사이자 6대 주주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해롤드 로저스 개인에 대해서는 국회 위증, 증거인멸(셀프 조사), 산재 은폐 가담 등 복수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추가 소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국 하원 법사위의 비공개 증언 내용이 향후 한·미 통상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쿠팡은 최근 3,370만 피해자에 대해 '1인당 5만 원'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보상금을 쿠팡 전 상품 5천 원, 쿠팡이츠 5천 원, 쿠팡 트래블 상품 2만 원, 알럭스 상품 2만 원 등으로 분할해 재구매를 유도하는 구조여서 '기만적 보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롤드 로저스라는 한 미국인 법률가를 통해 드러난 것은 쿠팡이라는 기업의 단면만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한국 시장 지배, 노동자 건강권의 사각지대, 개인정보 보호의 구멍, 국회 조사 권한의 한계 등 여러 겹의 구조적 문제가 겹쳐 있다. 지금 쿠팡 사태에 주목하는 것은 특정 기업 비판이 아니라, 이 사태를 계기로 달라져야 할 제도와 인식을 점검하는 일이다.
이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국회 청문회 영상과 정부 합동 조사 발표를 직접 확인하고,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 여부를 점검해 보는 것이 첫 번째 실천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