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에 2,000원. 이 금액은 커피 한 잔 값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수천만 원짜리 자폭 드론을 하늘에서 태워 떨어뜨리는 데 충분하다.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天光)은 2024년 12월 서울 수도방위사령부에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되면서, 드론 시대 방공 전쟁의 판도를 바꿀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폭 드론이 전차와 보병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장면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북한이 이 전쟁에 파병하면서 자폭 드론 운용 노하우를 습득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 저비용 대드론 무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한 인터뷰에서 "현재 전력화된 무기 체계 중 자폭 드론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천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천광의 탄생 배경과 개발 과정, 작동 원리, 블록별 스펙 차이, 양산 및 배치 현황, 해외 수출 전망, 그리고 세계 주요 레이저 무기와의 비교까지 하나하나 깊이 있게 다룬다.
| 구분 | 내용 |
|---|---|
| 정식 명칭 |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I (천광, 天光) |
| 개발 주관 | 국방과학연구소(ADD) |
| 양산 기업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한화시스템(2025년 사업 양수) |
| 개발 기간 | 2019년 8월 - 2024년 |
| 총 개발비 | 약 871억 원 |
| 레이저 출력 | 20kW급 (광섬유 레이저) |
| 유효 사거리 | 약 2 - 3km |
| 1회 발사 비용 | 약 2,000원 (전기료 수준) |
| 시험 격추율 | 30회 연속 발사, 100% 명중 |
| 실전 배치일 | 2024년 12월 26일 (서울 수도방위사령부) |
| 양산 계약 규모 | 약 1,000억 원 |
천광의 탄생 배경과 개발 역사
한국의 레이저 무기 연구는 생각보다 오래전에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레이저 무기 기초 연구가 출발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철판 관통 시험에 성공해 무기로 활용 가능한 출력 수준에 도달했다. 2011년에는 한화(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DD 시제업체로 선정되어 고에너지 레이저 발진기 개발에 본격 참여했다.
2012년에는 러시아로부터 레이저포 기술을 도입하는 사업이 착수됐다. 한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일환으로 군사기술 교류가 이뤄졌으며, 2015년까지 개념연구가 완성됐다. 이후 2016년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이 40kW급 고출력 레이저에도 열 변형이 없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소재 냉각형 반사경 국산화에 성공했고, 2017년에는 한국광기술원이 세계 최고 수준인 1.1kW급 광섬유 레이저를 독자 개발하는 등 핵심 부품 국산화가 차근차근 진행됐다.
본격적인 체계 개발의 전환점은 2019년 8월이다. 방위사업청은 약 87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ADD 주관으로 2023년까지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I을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개발 배경에는 2014년과 2022년에 있었던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 사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군은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급히 출격시켰지만 소형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해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 천광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빛'이라는 뜻의 한자어 天光에서 왔다. 국방 무기체계의 이름은 보통 공모를 통해 결정되며, 천광은 빛(레이저)으로 하늘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형 아이언 빔, 한국형 스타워즈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핵심 개발 타임라인
| 시기 | 주요 이벤트 |
|---|---|
| 1990년대 후반 | ADD 중심 레이저 무기 기초연구 시작 |
| 2000년대 초반 | 철판 관통 시험 성공, 무기급 출력 달성 |
| 2011년 | 한화, ADD 시제업체로 선정 |
| 2012년 | 러시아 레이저 기술 도입 사업 착수 |
| 2016년 | SiC 반사경 국산화 성공 |
| 2017년 | 1.1kW급 광섬유 레이저 독자 개발 |
| 2019년 8월 | 블록-I 체계 개발 사업 착수 (예산 871억 원) |
| 2020년 8월 | ADD 안흥시험장에서 레이저 요격 시연 성공 |
| 2022년 4월 | 한화, 300m 거리 포탄 폭파 실증 시험 |
| 2023년 4월 | 체계개발 완료 및 전투용 적합 판정 |
| 2024년 6월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약 1,000억 원 양산 계약 |
| 2024년 7월 | ADD 안흥시험장에서 드론 격추 시연회 공개 |
| 2024년 12월 26일 | 서울 수도방위사령부 실전 배치 (세계 최초) |
천광의 작동 원리와 핵심 스펙
천광은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 방식의 하드킬(Hard-Kill) 체계다. 햇빛을 돋보기로 모아 종이를 태우는 원리와 본질적으로 같지만, 군사적 정밀도와 출력은 차원이 다르다.
작동 과정은 네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탐지다. 레이더가 수 km 밖의 공중 물체를 감지하고, 해당 물체의 존재를 확인한다. 두 번째는 추적으로, 가시광 및 적외선 카메라가 탐지된 물체를 지속적으로 따라간다. 세 번째는 식별 단계인데, 해당 물체가 적의 드론인지, 새인지, 아군 장비인지를 전자광학 장비로 판별한다. 마지막으로 적 드론으로 확인되면 20kW급 고출력 레이저 빔을 발사해 표적 표면에 700도 이상의 열에너지를 집중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드론의 배터리, 엔진, 내부 전자회로가 용해되면서 비행 능력을 상실하고 추락한다.
블록-I 기준으로 3km 거리의 표적에는 약 10 - 20초, 20m 근거리 표적에는 1 - 2초 만에 무력화가 가능하다. 레이저 빔은 눈에 보이지 않고, 발사 시 소음도 없으며, 별도의 탄약 없이 전기만 공급되면 반영구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 레이저 무기는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비, 안개, 먼지 등이 심한 날에는 레이저 출력이 감쇄되어 요격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악천후에는 드론의 비행 능력 역시 저하되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상호 상쇄 효과가 있다.
블록별 스펙 비교
| 구분 | 블록-I | 블록-II | 블록-III |
|---|---|---|---|
| 플랫폼 | 지상 고정형 | 차량/함정/항공기 탑재 기동형 | 고출력 통합형 |
| 레이저 출력 | 20kW | 30kW | 100kW 이상 |
| 유효 사거리 | 2 - 3km | 5km 이상 (추정) | 15 - 20km (추정) |
| 주요 표적 | 소형 드론, 멀티콥터 | 드론, 방사포 로켓 | 유도미사일, 대형 드론 |
| 개발 완료 시점 | 2024년 | 2026년 목표 | 2028년 목표 |
| 비고 | 세계 최초 실전 배치 | 모듈화, 소형화, 경량화 | 전술급 요격 능력 확보 |
** 15 - 20km 거리의 로켓을 격추하려면 100kW 이상의 출력이 필요하며, 로켓 외피를 관통하기 위해서는 동일 지점에 2초 이상 레이저 빔을 유지해야 한다. 레이더와 레이저 조준 체계 간의 정밀 연동이 핵심 기술 과제로 남아 있다.
비용 효율성: 왜 천광이 게임 체인저인가
현대 전쟁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가 비용 비대칭이다. 수십만 원에 불과한 자폭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수억 원짜리 미사일을 쏘는 것은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구조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요격 미사일 1발당 약 5만 - 10만 달러(약 7,000만 - 1억 4,000만 원)가 소요되고, 미국의 사드(THAAD) 요격 미사일은 1발당 약 100억 원 수준이다.
천광의 1회 발사 비용은 약 2,000원이다. 전기료 수준이며, 이는 기존 미사일 방공 체계 대비 수천 배에서 수만 배 저렴한 금액이다. 냉각 장치와 전원만 정상 가동되면 사실상 무제한 발사가 가능하고, 별도의 탄약 보급이 필요 없다는 점도 운용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 방공 체계 | 1회 요격 비용 | 주요 표적 |
|---|---|---|
| 천광 블록-I | 약 2,000원 | 소형 드론, 멀티콥터 |
| 아이언돔 (이스라엘) | 약 7,000만 - 1억 4,000만 원 | 로켓, 포탄 |
| 사드 (미국) | 약 100억 원 | 탄도미사일 |
| 패트리어트 PAC-3 (미국) | 약 40억 원 | 항공기, 탄도미사일 |
| 천궁-II (한국) | 수십억 원대 (추정) | 항공기, 미사일 |
개발비 기준으로도 효율적이다. 블록-I의 총 개발비는 871억 원으로, 천궁-II 등 대형 방공 미사일 체계의 수조 원대 개발비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투자로 실전 배치까지 이끌어낸 셈이다. 양산 계약 규모도 약 1,000억 원으로, 대한민국 전방과 서울 주요 시설에 전면 배치할 경우 총 1조 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폭 드론 수천 대가 동시에 날아오는 시나리오에서 천광 단독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천광은 1회에 드론 1대를 순차적으로 격추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출력 전자기파(HPM) 무기도 병행 개발 중인데, HPM은 넓은 범위에 전자기파를 방사해 다수의 드론 회로를 동시에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천광과 HPM을 조합한 다층 방어 체계**가 궁극적인 목표다.
세계 주요 레이저 대공무기와의 비교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중국, 영국, 독일 등이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자국 기술로 레이저 무기를 양산해 실전 배치한 나라는 한국이 최초다.
| 구분 | 한국 천광 (블록-I) | 이스라엘 아이언 빔 | 미국 DE-SHORAD | 영국 DragonFire |
|---|---|---|---|---|
| 출력 | 20kW | 100 - 150kW | 50kW급 목표 | 50kW급 |
| 사거리 | 2 - 3km | 최대 10km | 비공개 | 비공개 |
| 플랫폼 | 지상 고정형 | 지상 이동형 | 스트라이커 차량 탑재 | 함정/지상 |
| 실전 배치 | 2024년 12월 완료 | 2025년 배치 진행 | 개발 중 | 시험 단계 |
| 개발 상태 | 양산 및 전력화 | 실전 시험 완료 | 프로토타입 | 시험 발사 성공 |
| 1회 발사 비용 | 약 2,000원 | 1 - 2달러 수준 | 비공개 | 비공개 |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은 출력 면에서 천광을 크게 앞선다. 100 - 150kW급 출력으로 최대 10km 거리에서 동전 크기로 빔을 집속할 수 있으며, 아이언돔과 연계한 다층 방공망의 최하단을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이스라엘은 목표 성능인 100kW 이상 달성까지 시간이 걸렸고, 한국보다 늦은 2025년에야 배치를 시작했다.
미국은 300 - 500kW급 레이저 무기 개발을 진행 중이며, 레이저 무기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양산형 전력화보다는 기술 시연과 프로토타입 단계에 집중하고 있어, 실전 배치에서는 한국이 먼저 앞서 나간 형국이다.
** 출력 수치만으로 레이저 무기의 우열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빔 품질(Beam Quality), 집속 정밀도, 추적 시스템의 정확도, 냉각 효율 등이 실전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의 레이저 빔 기술은 미국, 이스라엘 대비 출력은 낮지만, 광섬유 레이저 기반의 빔 품질과 정밀 추적 기술에서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수출 전망과 시장 공략 현황
천광의 세계 최초 실전 배치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K-방산 수출의 강력한 마케팅 카드가 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5년 9월 폴란드 MSPO 전시회에서 천광 목업을 처음 해외에 공개했고, 같은 달 ADEX 2025에서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본격 수출 마케팅에 나섰다. 2026년 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WDS 2026에 천광 블록-I을 출품하며 중동 시장까지 공략에 나선 상태다. 2026년 3월에는 바레인 BEDEX 2026에도 참가해 레이저 장갑차 신규 모델까지 함께 전시했다.
특히 중동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에 시달리면서 레이저 대공무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상태다. 한때 중국산 레이저 대공무기를 도입했으나 성능 문제로 불만이 커졌다는 업계 분석이 있으며, 이 틈을 타 천광이 재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폴란드 방향으로는 기술 이전까지 추진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2025년 9월 폴란드 MSPO에서 천광의 기술 이전 협력을 공식 제안했다. 폴란드는 유럽 내 최대 방산 고객 중 하나로,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대규모 수입한 핵심 파트너 국가다. 기존 K-방산 생태계와의 시너지를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까지 공식 수출 계약이 체결된 사례는 없다. 블록-I의 20kW 출력과 2 - 3km 사거리는 중동이나 유럽의 넓은 전장 환경에서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8년까지 100kW급 블록-III가 완성되면 수출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안 이슈와 향후 과제
천광 개발 과정에서 심각한 보안 사고도 발생했다. 2023년 12월, 북한 해킹조직 안다리엘(Andariel)이 국내 방산업체와 연구소를 해킹해 레이저 대공무기 관련 기술 자료를 포함한 1.2TB 분량의 파일 250여 개를 탈취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지원과가 미국 FBI와 공조 수사를 통해 밝혀낸 이 사건에서, 안다리엘은 평양 류경동에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83차례에 걸쳐 국내 서버에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블록-I은 한 번에 하나의 표적만 순차 격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백 - 수천 대가 동시에 침투하는 스웜(Swarm) 공격에는 단독 대응이 어렵다. 요격 시간을 1초 미만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멀티빔 교전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후속 블록의 핵심 과제다.
출력 확대도 시급한 숙제다. 현재 20kW 수준에서 300 - 500kW까지 올려야 항공기, 순항미사일, 나아가 탄도미사일 요격까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고효율 배터리, 소형 원자로(SMR) 등 전력원 기술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2030년 이후에는 300kW급 모델 개발을 통해 해군 함정과 공군 항공기 탑재까지 확장할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 천광의 기술 정보 해킹 사건은 방산 보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 사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부서명조차 숫자 코드로 표기하고, 연구원들이 가족에게도 업무 내용을 공유하지 않을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협은 물리적 보안만으로 막기 어렵다.
천광은 한국 방산 기술력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무기체계다. 1990년대 후반 레이저 기초연구에서 출발해 약 25년간의 기술 축적 끝에 세계 최초 실전 배치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1회 발사 비용 2,000원이라는 압도적 가성비, 소음과 낙탄 피해가 없어 도심 운용이 가능한 장점, 전기만 있으면 무제한 발사가 가능한 지속성은 드론 시대의 방공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동시에 20kW라는 현재 출력의 한계, 기상 조건에 따른 성능 저하, 스웜 공격 대응 능력 부족 등 보완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블록-II와 블록-III의 개발 성공 여부, 그리고 HPM 무기와의 복합 방어 체계 구축이 천광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은 이미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의 국제 방산 전시회에서 적극적으로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K-방산의 다음 수출 히트작이 천궁-II에 이어 천광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방산 기술과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블록-II 체계 개발이 시작되는 2026년 이후의 후속 소식을 꾸준히 추적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