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앞두고 OTA(온라인 여행사)에서 현지 투어나 교통패스를 예약했는데, 출발 하루 전에 "인원 부족으로 취소됩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면 어떨까. 혹은 결제 직후 단순 변심으로 취소했는데 수만 원의 수수료가 빠져나갔다면? 이런 일이 실제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2025년 한국인 해외 관광객은 2,955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개별여행 비중은 82.9%까지 올라갔다. 자유여행자 대부분이 OTA를 통해 현지 투어, 열차표, 교통패스 등을 예약하지만, 이와 관련된 소비자 분쟁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26년 3월 24일 OTA 플랫폼 6개사(놀인터파크투어, 마이리얼트립, 와그, 케이케이데이, 클룩, 트리플)의 해외 현지 투어 및 교통상품 200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격 표시 방식, 취소·환불 규정, 약관 운영 전반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이 글에서는 조사에서 밝혀진 핵심 데이터와 함께,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다룬다.
| 핵심 항목 | 주요 내용 |
|---|---|
| 조사 기관 |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전자상거래팀 |
| 조사 대상 | OTA 6개사, 해외 투어·교통상품 200개 |
| 피해구제 신청 | 2022-2025년 8월 총 246건 |
| 최다 피해 유형 | 계약불이행 28.0%(69건) |
| 다크패턴 적발 | 200개 중 5개(2.5%) |
| 기만적 가격 표시 | 200개 중 41개(20.5%) |
- 한국 소비자원 보도자료: https://www.kca.go.kr/home/sub.do?menukey=4002&mode=view&no=1004440794
- 보도자료 제목: [거래 실태조사 결과] 해외 현지 투어, 출발 직전 취소·환불 불가 등 소비자피해 우려
3년간 피해 246건, OTA 해외 투어 분쟁이 급증하는 이유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OTA 6개사 관련 해외 현지 투어 및 교통상품 피해구제 신청은 총 246건이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2년 17건에서 2023년 62건(264.7% 증가), 2024년 93건(50% 증가)으로 급격히 늘었고, 2025년은 8월까지만 74건이 접수되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4%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의 배경에는 해외 자유여행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있다. 2025년 한국인 해외 출국자는 2,955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2,869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개별여행 비중도 2019년 77.1%에서 2025년 1분기 82.9%로 높아졌다. 자유여행자가 늘수록 OTA를 통한 현지 투어·교통상품 이용이 증가하고, 분쟁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구조다.
| 연도 | 피해구제 신청 건수 | 전년 대비 증감률 |
|---|---|---|
| 2022년 | 17건 | - |
| 2023년 | 62건 | +264.7% |
| 2024년 | 93건 | +50.0% |
| 2025년(1-8월) | 74건 | +19.4%(전년 동기 대비) |
품목별로는 투어 관련이 50.8%(125건), 교통 관련이 49.2%(121건)로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세부적으로 일일 투어가 43.1%(106건)로 가장 많았고, 열차 17.9%(44건), 교통패스 12.6%(31건), 버스 7.3%(18건) 순이었다.
피해가 집중되는 상품은 '일일 투어'와 '열차 이용권'이다. 이 두 품목만으로 전체 피해의 약 61%를 차지하므로, 해당 상품 예약 시 취소 규정을 특히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피해 유형 분석: 계약불이행·직전 취소·환불 거부가 전체 80%
246건의 피해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뚜렷한 패턴이 보인다.
계약불이행(28.0%, 69건)이 가장 많았다. 사전에 안내된 투어 일정과 실제 제공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 일일 투어를 구입한 B씨의 사례에서는 가이드가 박물관 입장 직후 투어를 종료했는데, 이는 안내된 종료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이른 것이었다. 현지에서 사용 불가한 교통권에 대한 환급 요구도 이 유형에 포함된다.
계약해제·위약금 분쟁(26.4%, 65건)이 두 번째로 많다. 예약자 명단 누락, 최소 출발 인원 미달 등을 이유로 투어 당일 또는 직전에 이용 불가를 통보받는 경우다. 아이비리그 & 보스턴 일일 투어를 예약한 A씨는 출발 33시간 전에 최소 인원 부족을 이유로 계약 해제 통보를 받았지만, 판매자는 "예약 확정 상품이 아니었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청약철회 거부(25.6%, 63건)도 심각하다. 구입 4분 후 예약 취소를 요청한 D씨의 페리 이용권 사례에서는 45,900원 중 11,150원의 취소 수수료가 부과됐다. 결제 직후 취소인데도 전액 환급이 거부되는 것이다.
| 피해 유형 | 건수 | 비율 | 대표 사례 |
|---|---|---|---|
| 계약불이행 | 69건 | 28.0% | 투어 일정과 다른 내용 제공, 사용 불가 교통권 |
| 계약해제·위약금 | 65건 | 26.4% | 출발 직전 인원 미달 취소, 명단 누락 |
| 청약철회 | 63건 | 25.6% | 결제 직후 취소 시 환급 거부 |
| 표시·광고 | 24건 | 10.0% | 허위·과장 상품 정보 |
| 부당행위 | 11건 | 4.0% | 일방적 조건 변경 |
| 기타 | 14건 | 6.0% | 안전, 품질, 약관 관련 |
상위 3개 피해 유형(계약불이행·계약해제·청약철회)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대부분 '예약 확정 여부 확인', '취소 규정 사전 파악', '최소 인원 조건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점검으로 예방 가능하다.
OTA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 가격 눈속임부터 약관 부재까지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는 개별 피해 사례를 넘어 OTA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다크패턴과 기만적 가격 표시
전자상거래법 제21조의2는 사이버몰에서 소비자가 필수로 지급해야 하는 총금액을 첫 화면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5년 2월 14일부터는 다크패턴 규제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도 시행 중이다. 그런데도 조사 대상 200개 상품 중 2.5%(5개)에서 수수료 부과 전 가격만 노출하는 다크패턴이 확인됐고, 20.5%(41개)에서 기만적 가격 표시가 적발됐다.
기만적 표시의 세부 유형을 보면 어린이 요금을 대표 가격으로 노출한 경우가 65.2%(30개)로 가장 많았다. 성인이 결제해야 하는 실제 금액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 첫 화면에 표시되니, 소비자는 저렴하다고 판단하고 클릭하게 된다. 이 외에도 수수료 미포함 가격(10.9%), 옵션 상품 가격을 기본 가격처럼 표시(10.9%), 금액 확인 불가(6.5%) 등의 사례가 있었다.
상품 페이지 첫 화면의 가격과 결제 직전 화면의 최종 금액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반드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최종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성인 기준', '1인 기준', '수수료 별도' 같은 작은 글씨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결제 직전 환불 불가 안내 미흡
조사 대상 6개사 중 50%(3개사)만 결제 직전 단계에서 환불 불가 규정을 다시 한번 안내하고 있었다. 나머지 3개사는 환불 불가 조건에 대해 결제 직전에 별도의 추가 안내 없이 바로 결제가 진행됐다. 소비자원 조사 이후 클룩과 케이케이데이는 환불 불가 상품에 대해 결제 직전 재안내 등의 개선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천재지변 대응 약관의 부재
국외여행 표준약관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쌍방 합의 하에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6개 OTA 중 절반인 3개사는 이러한 불가항력 상황에 대한 취소·환불 기준 자체를 마련해두지 않은 상태였다. 태풍, 지진, 전쟁 등으로 여행이 불가능해져도 환불 근거 조항이 없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소 출발 인원 통지 기준의 허술함
국외여행 표준약관 제17조는 여행사가 최소 출발 인원 미충족으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 출발 7일 전까지 소비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투어 상품 100개 중 최소 출발 인원을 사전에 공지한 상품은 22%(22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공지한 22개 중 72.7%(16개)는 출발 1-3일 전에야 취소를 안내하거나 아예 통지 기준이 없었다.
마이리얼트립, 와그, 케이케이데이는 소비자원 조사 이후 '출발 3일 전' 최소 출발 인원 미충족 시 소비자에게 안내하겠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표준약관 기준인 '7일 전'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투어 상품 예약 시 최소 인원 조건 여부를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OTA 6개사별 조사 대상과 주요 개선 현황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된 6개 OTA는 국내외 시장에서 해외 현지 투어와 교통상품을 중개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조사 이후 일부 업체는 개선 조치에 나섰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
| 구분 | 놀인터파크투어 | 마이리얼트립 | 와그 | 케이케이데이 | 클룩 | 트리플 |
|---|---|---|---|---|---|---|
| 본사 소재 | 국내 | 국내 | 국내 | 대만 | 홍콩 | 국내 |
| 어린이 가격 표시 개선 | - | 성인 기준 최소 가격 안내 문구 추가 | 성인 금액으로 표기 개선 | 성인 금액으로 표기 개선 | 성인 기준 최소 가격 안내 문구 추가 | - |
| 결제 직전 환불불가 재안내 | 확인 필요 | 확인 필요 | 확인 필요 | 개선 완료 | 개선 완료 | 확인 필요 |
| 최소인원 미충족 통지 개선 | - | 출발 3일 전 안내 회신 | 출발 3일 전 안내 회신 | 출발 3일 전 안내 회신 | - | - |
업체별로 개선 속도와 범위가 다르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국외 기반 OTA(케이케이데이, 클룩)는 결제 직전 환불 불가 재안내에서 비교적 빠르게 대응한 반면, 최소 인원 통지 기준에서는 국내 OTA 3곳이 먼저 움직였다.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든, 약관과 취소 정책은 상품별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건별 확인이 필수다.
동일한 투어 상품이라도 OTA마다 취소 규정, 가격, 부가 수수료가 다를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와 여러 OTA를 함께 비교한 뒤 가장 유리한 조건의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피해를 예방하는 6가지 실전 체크리스트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와 실제 피해 사례를 종합하면, 예약 전후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을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최종 결제 금액을 반드시 확인한다. 첫 화면에 표시된 가격이 어린이 요금이거나 수수료 미포함 금액일 수 있다. 결제 직전 화면에서 성인 기준 총금액을 꼭 확인해야 한다.
둘째, 취소 규정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한다. '환불 불가', '취소 수수료 부과' 등의 조건이 있는 상품은 결제 직후에도 전액 환급이 불가능하다. 취소 규정이 영어로만 적혀 있거나 페이지 하단에 작게 표시된 경우도 있으니, 눈에 잘 띄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셋째, 최소 출발 인원 조건을 체크한다. 일일 투어 상품 중 최소 출발 인원이 설정된 경우, 인원 부족으로 출발 직전 취소될 수 있다. 취소 통지 기간과 환급 규정을 미리 파악해 두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넷째, 여러 플랫폼과 공식 홈페이지를 비교한다. 동일 상품이라도 플랫폼별로 가격, 취소 규정, 포함 내역이 다를 수 있다.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면 더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교통상품은 사용 방법을 미리 확인한다. 교통패스, 열차표, 버스표 등은 현지에서 QR코드 교환, 활성화 절차, 지정 교환처 방문 등이 필요할 수 있다. OTA에서 안내하는 '실물 티켓 교환 후 환불 불가'와 같은 문구가 교환 전에는 환불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닐 수 있으니, 문구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여섯째, 문제 발생 시 현지에서 즉시 대응한다. 투어 일정 누락, 변경, 교통수단 운행 불가 등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증빙(사진, 영수증, 채팅 기록)을 확보하고 판매처에 연락해야 한다. 귀국 후 문제를 제기하면 사실 확인이 어려워 보상받기 힘들다.
자율적인 분쟁해결이 어려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 www.ccn.go.kr)를 통해 상담 또는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1372 상담 후에도 해결이 안 되면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관련 법률과 소비자가 알아야 할 권리
이번 조사에서 핵심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은 크게 세 가지다.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OTA와 같은 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를 규정한다. 제21조의2 제1항에 따라 사이버몰은 상품 가격을 표시하는 첫 화면에 소비자가 필수로 지급해야 하는 총금액을 명시해야 하며, 일부 금액만 표시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2025년 2월 시행된 개정 시행령은 다크패턴 유형을 구체화하고 규제를 강화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어린이 요금을 대표 가격으로 표시하거나 옵션 가격을 기본 가격처럼 노출하는 행위가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외여행 표준약관은 여행사와 소비자 간의 계약 기준을 제시한다. 핵심 조항은 천재지변 시 계약 해제(제12조, 제16조), 최저행사인원 미충족 시 7일 전 통지 의무(제17조)다. 여행사가 통지 기한을 지키지 않고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금 환급 외에 추가 배상 의무가 발생한다.
| 법률·약관 | 핵심 조항 | 소비자 보호 내용 |
|---|---|---|
| 전자상거래법 제21조의2 | 가격 표시 의무 | 총금액을 첫 화면에 명확히 표시해야 함 |
| 표시·광고법 제3조 | 부당 표시·광고 금지 | 거짓·과장 가격 표시 금지 |
| 국외여행 표준약관 제12조, 제16조 | 불가항력 시 계약 해제 | 천재지변 시 위약금 없이 계약 해제 가능 |
| 국외여행 표준약관 제17조 | 최저행사인원 통지 | 출발 7일 전까지 통지, 미이행 시 배상 |
OTA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직접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를 중개하는 역할이다. 일부 OTA는 이 점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므로, 문제 발생 시 중개자 책임과 판매자 책임을 모두 명확히 따져야 한다.
여행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OTA 이용 핵심 정리
해외 자유여행 시장이 성장하면서 OTA를 통한 현지 투어·교통상품 예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 숨은 구조적 허점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3년간 246건의 피해구제 신청,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이라는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핵심은 '결제 전 확인'이다. 최종 금액이 첫 화면 가격과 같은지, 취소·환불 규정이 어떻게 되는지, 최소 출발 인원 조건이 있는지를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즉시 증빙을 확보하고 판매처에 연락하는 것이 보상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행동이다.
소비자원의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일부 OTA가 개선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표준약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도 많다. 법과 제도가 완벽하게 보호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
지금 다음 여행을 위해 OTA에서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면, 이 글에서 정리한 6가지 체크리스트를 결제 전에 한 번만 떠올려보자. 그 몇 분의 확인이 수십만 원의 피해를 막아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