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적자를 호소하는 버스회사들. 그런데 경영진은 억대 연봉을 받고, 사모펀드는 수백억 원의 배당 잔치를 벌인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준공영제 버스가 어떻게 민간 사업주의 '돈줄'이 되는 걸까?
전국 시내버스에 투입되는 재정지원금은 2024년 기준 약 1조 9,463억 원에 육박한다. 서울시만 놓고 봐도 준공영제 도입 후 18년간 총 6조 3,000억 원의 세금이 버스업체에 흘러들어갔다. 운송 수입은 매년 늘어나는데, 재정지원금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버스회사의 수익 구조를 '준공영제'라는 핵심 제도를 중심으로 해부한다. 요금 수입, 정부 보조금, 부대사업, 부동산, 광고 수익까지. 버스회사가 '적자'를 외치면서도 실제로 돈을 버는 모든 경로를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정리했다.
| 핵심 정보 | 수치 |
|---|---|
| 전국 버스 재정지원금 (2024년) | 약 1조 9,463억 원 |
| 서울시 재정지원금 (2023년 최대) | 8,915억 원 |
| 서울 버스회사 임원 평균 연봉 | 1억 원 이상 (대표이사 평균 2억 원대) |
| 서울 버스회사 평균 배당 성향 | 56.98% (국내 기업 평균보다 20%p 높음) |
| 표준운송원가 중 인건비·연료비 비중 | 약 70 - 80% |
| 준공영제 보장 이윤 (서울, 연간) | 기본+성과 이윤 최대 458억 원 추정 |
준공영제의 수익 보장 구조
버스회사의 수익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준공영제(準公營制)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준공영제란 민간 버스회사가 노선을 운영하되, 정부나 지자체가 운행 수입금을 공동 관리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다. 2004년 서울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되었다.
핵심은 표준운송원가라는 개념이다. 지자체가 버스 운행에 필요한 비용(인건비, 연료비, 정비비,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을 산정하고, 여기에 기본 이윤과 성과 이윤까지 더한 금액이 표준운송원가가 된다. 버스회사가 벌어들인 운송 수입이 이 금액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지자체가 세금으로 메워주는 구조다.
문제는 이 구조가 '적자가 날수록 오히려 지원금이 늘어나는' 역설적 인센티브를 만든다는 점이다. 비용을 절감할 유인이 없다. 오히려 비용을 부풀릴수록 표준운송원가가 올라가고, 그만큼 지자체에서 받는 지원금이 커진다. 실제로 서울시 재정지원금은 2020년 1,705억 원에서 2023년 8,915억 원으로 4년 만에 5배 이상 폭증했다.
준공영제에서 버스회사의 수익은 운송 수입과 무관하게 보장된다. 승객이 줄어 요금 수입이 감소해도 표준운송원가만큼은 지자체가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버스회사가 '적자'를 주장하면서도 사실상 손실을 보지 않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표준운송원가의 구성
표준운송원가는 크게 인건비, 연료비, 정비비, 감가상각비, 일반관리비, 그리고 적정 이윤으로 구성된다. 이 중 인건비와 연료비가 전체의 70 - 80%를 차지하며, 이 두 항목은 실비 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실상 고정비에 가깝다.
| 운송원가 항목 | 비중 | 특성 |
|---|---|---|
| 인건비 (기사·정비·관리) | 42.8 - 52.5% | 실비 정산, 고정적 |
| 연료비 | 18.2 - 32.4% | 유가 연동, 실비 정산 |
| 감가상각비 | 5 - 10% | 차량 교체 주기 반영 |
| 정비비 | 3 - 7% | 차량 상태에 따라 변동 |
| 일반관리비 | 5 - 10% | 사무실 운영, 보험료 등 |
| 적정 이윤 (기본+성과) | 약 2 - 5% | 서울 기준 연간 최대 458억 원 |
나머지 약 20 - 30%에서만 업체 간 비용 차이가 발생하고, 바로 이 영역에서 '비용 부풀리기'와 '원가 조작'의 유혹이 생긴다.
표준운송원가에 포함된 '기본 이윤'은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보장된다. 즉 버스회사는 운영 적자를 보더라도 이윤만큼은 반드시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성과 평가를 통한 추가 이윤까지 더해지므로, '적자 기업'이라는 말과 '보장된 이윤'이 동시에 성립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버스회사가 실제로 돈을 버는 5가지 경로
재정지원금 (핵심 수익원)
가장 큰 수익원은 단연 지자체 재정지원금이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2024년 기준 4,000억 원, 2025년에는 4,575억 원이 지원되었고, 2023년에는 8,915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는 운수업계 보조금 총액이 4조 원을 넘어서며, 이는 단일 목적 보조사업 중 최대 규모다.
포항시의 사례를 보면, 시내버스 한 대당 지원금이 2020년 기준 무려 1억 9,000만 원에 달한 적이 있다. 경기도는 2026년 3월에도 238개 버스업체에 662억 원의 긴급 재정지원을 단행했다. 부산시의 대중교통 재정지원금은 2020년 4,956억 원에서 2024년 6,713억 원으로 4년 만에 35.5% 증가했다.
운송 요금 수입
시민들이 지불하는 교통카드·현금 요금도 당연히 수입원이다. 서울 버스업계의 운송 수입은 2021년 1조 59억 원에서 2024년 1조 5,306억 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23년 8월 서울시가 버스 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인상한 효과가 반영된 수치다.
다만 운송 수입이 늘어도 재정지원금이 함께 줄어들지 않는 구조가 문제다. 2024년에서 2025년 11월 사이에 운송 수입은 약 80억 원 늘었는데, 재정지원금은 오히려 575억 원이나 증가했다.
배당금과 자산 매각
여기서부터 논란이 시작된다. 서울 버스회사 65곳의 평균 배당 성향은 56.98%로, 국내 기업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2018년 기준 33개 회사가 총 283억 원을 배당했고, 한 회사는 110억 원의 운송 적자에 100억 원의 재정지원을 받고도 순이익의 2배가 넘는 46억 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인수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인천 지역에서 한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들을 인수한 후 배당 성향이 36%에서 155%로 폭증했고, 당기순손실 상태에서도 배당을 강행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특히 차고지를 매각해 수백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뒤 이를 배당으로 돌리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한 사모펀드의 투자 제안서에는 "차고지 3곳을 매각해 442억 원을 배당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공시지가 128억 원인 차고지의 감정평가액은 311억 원에 달했다.
사모펀드가 버스회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준공영제 덕분에 적자가 나도 지자체가 비용을 보전해주고, 기본 이윤까지 보장된다. 거기에 차고지 같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면 투자금 회수와 고수익 배당이 동시에 가능해진다. 1,310억 원을 투자한 한 사모펀드의 통매각 추정가는 4,000억 - 5,000억 원으로, 투자금의 3배 이상이었다.
광고 수익
버스 외부에 부착하는 랩핑 광고, 내부 모니터 광고, 음성 광고 등도 버스회사의 부수입이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외부 광고료가 대당 월 90만 - 170만 원, 음성 광고가 월 50만 - 12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인천시 버스 준공영제 관련 자료에서는 일부 업체가 광고 수입을 수입금 공동관리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로 챙기는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다.
부대사업과 가족 경영
버스회사들은 본업인 운송 외에도 정비사업, 주유소 운영, 부동산 임대 등의 부대사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린다. 특히 차고지 부지를 활용한 부동산 수익이 크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버스회사 차고지의 감정평가액이 311억 원이었고, 고양시 일산서구 차고지는 63억 원이었다.
가족 경영 문제도 심각하다. 서울시 65개 버스회사의 임원 251명 중 상당수가 대표이사의 배우자, 자녀, 친인척으로 채워져 있다. 한 회사는 부인과 아들을 임원으로 등재해 각각 억대 연봉을 지급했고, 제주도에서는 90세 대표이사 모친이 임원으로 등록돼 월 884만 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광주에서는 버스회사 간부 등 인건비가 매년 14억 원, 최근 5년간 7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액이 가족 임원에게 돌아갔다.
| 수익 경로 | 규모 | 성격 |
|---|---|---|
| 재정지원금 | 전국 약 2조 원/년 | 세금 보전, 핵심 수입 |
| 운송 요금 수입 | 서울 1.5조 원/년 | 승객 요금, 공동 관리 |
| 배당금 | 서울 33개사 283억 원 (2018년) | 주주 환원, 사모펀드 수익 |
| 광고 수익 | 대당 월 50만 - 170만 원 | 외부·내부·음성 광고 |
| 부동산·부대사업 | 차고지 매각 수백억 원 | 자산 활용 수익 |
2026년 3월 전주MBC 보도에서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전주의 한 버스업체가 임원 2명에게 합계 약 2억 원의 연봉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주시가 산정한 임원 1인당 표준원가는 4,345만 원이었으므로 기준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적자 기업에서 경영진이 고액 연봉을 받는 구조적 문제는 2026년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
적자를 외치면서 돈을 버는 구조적 모순
버스회사의 '적자'는 순수한 경영 적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반 기업의 적자는 매출보다 비용이 많아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버스회사의 적자는 운송 수입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 부족분은 지자체가 세금으로 채워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업주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거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용을 부풀리는 유인이 제도 안에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를 감사한 결과, 최소 343억 5,000만 원의 재정이 부당하게 지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료 사용량 장부와 실제 구매량이 달랐고, 적정 이윤의 일부를 전용해 임원 인건비를 기준 이상으로 지급한 사례도 적발되었다.
서울 시내버스 대표이사의 평균 연봉은 2011년 기준 2억 815만 원이었고, 가장 높은 곳은 5억 7,000만 원이었다. 이 회사는 같은 해 상반기에 60억 9,9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였다. 2015년 조사에서도 66개 회사 임원 214명 중 연봉 1억 원 초과자가 79명(36.9%), 2억 원 초과자가 23명(10.7%)에 달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는 준공영제 협약서에 있다. 서울시와 버스회사 간 협약서에 표준운송원가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개정하는 조항이 없어 시가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경실련은 이 구조를 두고 "20년간 코가 꿰인 서울시"라고 비판했다.
마을버스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마을버스 업체 74%가 2024년 기준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적자보전금의 20%가 상위 10개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보조금 혜택은 오히려 수익성이 좋은 대형 업체에 쏠리는 역진적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변화의 조짐과 향후 전망
최근 사모펀드의 버스회사 인수와 '먹튀' 논란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제도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 민간자본의 시내버스 인수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버스회사가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하면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고, 5년 내에 회사를 되팔면 새 인수자에게 향후 5년간 성과이윤을 지급하지 않는 페널티를 도입했다.
전국적으로도 준공영제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표준운송원가의 전액 보전 방식이 업체들의 비용 절감 유인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완전 공영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25년 서울시 버스 재정적자가 약 6,500억 원에 달하고, 2026년에는 지원금 규모가 8,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현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버스회사의 수익 구조는 단순한 '기업 경영'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수조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교통 시스템의 설계 결함이 사적 이익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적자를 외치는 버스회사의 경영진이 억대 연봉을 받고, 사모펀드가 수백억 원의 배당 잔치를 벌이는 현실은 제도가 만들어낸 구조적 모순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시민의 감시에서 시작된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시내버스 회사의 재무상태와 임원 연봉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내가 내는 세금이 어디로 가는지, 내 지역 버스회사의 재정 현황은 어떤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변화를 이끄는 첫 걸음이다. 지자체 홈페이지의 정보공개 시스템이나 경실련 같은 시민단체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