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6일, 중국 최대 TV 행사인 CCTV 춘절 갈라쇼(춘완)에서 수십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난도 쿵푸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수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니트리(Unitree) 로보틱스의 G1 로봇들은 칼, 봉, 쌍절곤을 휘두르며 어린 무술 선수들과 대련까지 펼쳤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중국 로봇 산업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이다.
이 퍼포먼스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 군집 쿵푸 공연으로 기록되었다. 3미터 높이의 공중 회전, 초속 4미터의 고속 대형 전환, 취권(醉拳) 동작까지 로봇 기술의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이 글에서는 유니트리라는 기업의 성장 궤적, G1 로봇의 기술 사양, 2026 춘완 퍼포먼스의 기술적 의미, 그리고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현재 좌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9년 만에 세계 로봇 산업의 중심으로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宇树科技)는 2016년 왕싱싱(王兴兴)이 창립한 중국 항저우 소재 로봇 전문 기업이다. 왕싱싱은 1990년생으로 대학원 재학 시절 저비용 4족 보행 로봇 XDog를 독자 개발한 인물이다. 26세에 엔젤 투자금을 활용해 창업했고, 이후 고성능 4족 보행 로봇의 대중 판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기업의 성장 속도는 놀랍다. 2024년 기준 매출 약 4억 1,500만 위안(약 780억 원)이던 유니트리는 2025년 매출 10억 위안(약 1,950억 원)을 돌파했고 직원 수는 1,000명에 달한다. 2025년 7월 시리즈 C 펀딩에서 약 7억 위안(약 1,400억 원)을 유치하며 기업 가치 120억 위안(약 2조 3,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투자자에는 텐센트, 알리바바, 앤트그룹, 차이나모바일, 지리자동차 등 중국 대표 기업들이 포진했다.
2025년 9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상하이 과학기술혁신위원회(STAR Market) 상장을 준비 중이며 목표 기업 가치는 최대 500억 위안(약 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시리즈 C 당시 대비 약 4배 이상의 도약이다.
| 항목 | 내용 |
|---|---|
| 설립 연도 | 2016년 5월 |
| 본사 소재지 | 중국 항저우(杭州) |
| 창업자/CEO | 왕싱싱(王兴兴, 1990년생) |
| 핵심 제품 | G1, H1, H2 휴머노이드 로봇 / Go2, B2W 4족 로봇 |
| 2025년 매출 | 10억 위안(약 1,950억 원) 이상 |
| 시리즈 C 기업 가치 | 120억 위안(약 2조 3,000억 원) |
| IPO 목표 기업 가치 | 500억 위안(약 70억 달러) |
| 주요 투자자 | 텐센트, 알리바바, 앤트그룹, 차이나모바일, 지리자동차 |
| 주요 수상 | TIME100 가장 영향력 있는 AI 기업(2025), TIME100 AI 인물(왕싱싱) |
왕싱싱은 2025년 TIME지 선정 'AI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유니트리 역시 'TIME100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에 선정되었다. 2025년 춘완 공연 직후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과학기술 간담회에서 왕싱싱은 최전방 좌석에 배치되기도 했다.
유니트리는 2020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드문 로봇 스타트업이다.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 기업이 4족 로봇 시장에서 쌓은 양산 노하우와 공급망 역량이 수익성의 핵심 원동력이 되었다.
G1 로봇의 기술 사양과 차별점
유니트리 G1은 2024년 5월 공개된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본 가격 16,00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가격은 같은 회사의 H1(90,000달러)이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G1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 대비 운동 성능에 있다. 키 127cm, 무게 35kg의 콤팩트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백플립, 측면 공중회전, 킵업(누운 상태에서 점프하여 일어서기) 등 인간도 구사하기 어려운 동작을 수행한다. 2025년 3월에는 세계 최초로 킵업에 성공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록을 세웠다.
| 사양 항목 | G1 기본형 | G1 EDU Ultimate |
|---|---|---|
| 높이 | 1,270mm | 1,270mm |
| 무게(배터리 포함) | 약 35kg | 약 35kg |
| 총 자유도(DoF) | 23개 | 최대 43개 |
| 다리 자유도 | 6개(한쪽) | 6개(한쪽) |
| 팔 자유도 | 5개(한쪽) | 5개(한쪽) + 덱스 핸드 |
| 허리 자유도 | 1개 | 1개 |
| 최대 무릎 토크 | 90N·m | 120N·m |
| 최대 팔 적재량 | 2kg | 3kg |
| 배터리 | 9,000mAh(약 2시간) | 9,000mAh(약 2시간) |
| 충전 시간 | 약 19분(고속) | 약 19분(고속) |
| 메인 프로세서 | 8코어 고성능 CPU | 8코어 + NVIDIA Jetson Orin NX 16GB(100 TOPS) |
| 센서 | 3D LiDAR + 깊이 카메라 | 3D LiDAR + 깊이 카메라 |
| 기본 가격 | 약 16,000달러 | 약 42,000 - 49,000달러 |
G1의 손은 3개의 손가락으로 구성된 덱스 핸드(Dex Hand)를 탑재할 수 있다. 엄지 3축, 검지 2축, 중지 2축 총 7자유도로 정밀한 물체 조작이 가능하다. 2026년 춘완 퍼포먼스에서 봉과 쌍절곤을 잡고 돌리는 동작이 이 덱스 핸드의 성능 덕분에 가능했다.
한편 유니트리는 2025년 10월 키 180cm급 대형 휴머노이드 H2를 공개했다. H2는 31자유도를 갖추고 있으며, 사람 수준의 전투 스파링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춘완 무대에서 H2는 손오공 복장을 착용하고 4족 로봇 B2W 위에 올라타 '근두운'을 재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G1의 기본 가격 16,000달러는 교육·연구용 모델 기준이며, 실제 개발용 EDU Ultimate 모델은 42,000 - 49,00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이조차 대부분의 경쟁사 제품 대비 절반 이하의 가격이다. 중국의 주강(珠江) 삼각주 지역 공급망을 활용한 원가 절감이 핵심 비결이다.
G1의 놀라운 퍼포먼스 영상만 보고 범용 가정용 로봇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현재 G1은 연구·개발·교육·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설계된 제품이며, 일반 가정에서의 가사 보조 기능은 아직 초기 단계다.
2026 춘완 퍼포먼스, 무엇이 달랐나
유니트리는 3년 연속 CCTV 춘절 갈라쇼(춘완)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2025년에는 H1 로봇 16대가 손수건을 흔들며 인간 무용수와 합동 군무를 선보여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2026년 퍼포먼스는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2026년 공연 프로그램명은 '우봇(WuBOT, 武BOT)'이다. 허난성 타거우 무술학교 학생들과 수십 대의 G1 로봇이 함께 출연했으며, 로봇들은 다음과 같은 고난도 동작을 수행했다.
첫째, 연속 외발 백플립이다. 로봇이 특수 제작된 발사대 위에서 점프하여 2 - 3미터 높이까지 솟아오른 후, 공중에서 전방 및 측면 회전을 완수하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왕싱싱 CEO에 따르면, 이 동작은 시뮬레이션에서 수억 회 훈련한 뒤 실제 로봇에서 미세 조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균형 제어, 동적 반응, 착지 안정성 측면에서 세계 최초 수준의 기록이다.
둘째, 고속 군집 대형 전환이다. 20대 이상의 로봇이 초속 4미터로 달리면서 동시에 대형을 바꾸고 무술 동작을 수행했다. 2025년에는 로봇이 '느리게 걸으며' 대형을 전환했으나, 2026년에는 빠른 질주 중에도 충돌 없이 정밀한 군집 제어가 가능해졌다. 왕싱싱은 "실용적 역량으로, 향후 다중 로봇 협업과 단일 로봇 디스패칭의 기초를 닦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취권(醉拳) 동작의 구현이다. '취권'은 술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싸우는 중국 전통 무술 양식이다. 로봇이 의도적으로 넘어졌다가 '잉어 뒤집기(carp flip)'로 순식간에 일어서는 동작은 결함 복구(fault recovery) 기술의 시연이기도 했다. 리허설 중 로봇이 넘어진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에 반영한 것이라고 연출 담당 치위한 감독이 밝혔다.
넷째, 무기 조작과 대련이다. G1 로봇은 덱스 핸드를 장착하고 검, 봉, 쌍절곤을 정확히 잡고 돌리며 아이들과 실전 대련을 펼쳤다. 심지어 7회전 반 '에어플레어(Airflare)' 대회전까지 수행했다. 무기를 잡은 상태에서의 균형 유지와 빠른 방향 전환은 관절 민첩성과 토크, 실시간 모션 제어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증명한다.
| 비교 항목 | 2025 춘완 퍼포먼스 | 2026 춘완 퍼포먼스 |
|---|---|---|
| 투입 로봇 모델 | H1(키 180cm) | G1(키 127cm) + H2(키 180cm) |
| 로봇 대수 | 16대 | 수십 대(20대 이상) |
| 주요 동작 | 손수건 흔들기, 합동 군무 | 쿵푸 대련, 백플립, 취권, 무기 조작 |
| 대형 전환 속도 | 느린 보행 | 초속 4미터 고속 질주 |
| 인간과의 상호작용 | 동일한 안무 수행 | 실전 대련 및 물리적 접촉 |
| 결함 복구 | 해당 없음 | 넘어진 후 자동 기립(취권 연출) |
| 무기 사용 | 없음 | 검, 봉, 쌍절곤 |
| 기술적 의의 | 군집 동기화 | 세계 최초 자율 군집 쿵푸 공연 |
유니트리 팀원 롄잉잉에 따르면, 20대 이상의 로봇 동작을 음악, 무술 배우, 무대 지형에 완벽히 동기화하기 위해 0.1초 단위의 미세 조정 작업을 반복했다. 이 수준의 타이밍 정밀도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춘완 무대는 완벽하게 평평한 고마찰 바닥, 안정적인 실내 습도와 기류, 사전 설정된 조명 등 로봇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실외나 불규칙한 지형에서 동일한 성능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와 균형 제어(뇌간 수준)는 상당 부분 해결되었으나, 진정한 자율 판단 능력(대뇌 피질 수준)은 여전히 큰 과제라고 지적한다.
2026 춘완 로봇 참여 기업 전체 조감
2026 춘완에는 유니트리 외에도 갈봇(Galbot), 노에틱스(Noetix), 매직랩(MagicLab) 등 총 4개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 4개 기업이 프로덕션에 투입한 금액은 총 1억 위안(약 195억 원)에 달한다.
춘완 시작 직후 처음 3개 프로그램이 연달아 로봇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니트리의 쿵푸 퍼포먼스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지만, 노에틱스의 로봇 '부미(Bumi)'는 코미디 콩트에 출연해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보여주었고, 매직랩의 Z1 로봇은 '우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 노래에 맞춰 인간 퍼포머와 군무를 선보였다.
이 행사를 통해 베이징 정부는 로봇 산업에 대한 전략적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기술 컨설턴트 게오르그 슈틸러는 "갈라 무대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정부 발주, 투자자 관심, 시장 접근성에서 실질적 보상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년간 로봇 스타트업 창업자 5명을 직접 면담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만난 전기차 기업가(4명)와 반도체 기업가(4명)보다 많은 수치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로봇이 너무 많다", "로봇 기업 연례 회의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업계 관점에서 이 무대는 중국 로봇 산업이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국가 브랜드 마케팅'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현재와 전망
숫자가 말해준다. 리서치 기관 Omdi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약 13,000대 중 90%가 중국산이었다. 모건 스탠리는 2026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3% 증가한 28,00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 스탠리는 또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50년까지 5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크게 세 가지에서 비롯된다.
첫째, 압도적 가격 경쟁력이다. UBTECH의 사례를 보면, 로봇 핵심 부품 대부분을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 원스톱 조달할 수 있어 소프트뱅크 페퍼 대비 절반 가격으로 로봇을 생산한다. 미국 테크 관찰자들은 현재 미국 로봇 가격이 중국 대비 평균 30% 이상 비싸다고 평가한다.
둘째,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로봇과 AI를 차세대 'AI+ 제조' 전략의 핵심에 배치했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자동화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셋째, 방대한 내수 시장과 데이터 생태계다. 일론 머스크조차 "사람들은 중국을 과소평가한다. 중국은 정말 무서운 수준의 경쟁자"라고 인정했다.
유니트리 외에도 아지봇(AgiBot)이 홍콩 IPO를 준비 중이며, 중국 전역에서 수십 개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이 경쟁하고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의 과제는 여전히 크다. 안정성, 생산 용량, 비용,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의 수준이 핵심 변수다. 왕싱싱 스스로도 "큰 모델의 체화 지능은 아직 매우 불충분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와 여러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과도한 기대가 존재하며, 진지한 투자 판단에는 아직 성숙도가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춘완 무대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퍼포먼스 너머의 진짜 의미, 로봇 기술의 방향성
왕싱싱은 CCTV 인터뷰에서 분명히 밝혔다. "공연, 달리기, 무술의 본질은 안정성 향상이다. 로봇이 복잡한 대형 전환과 빠른 이동 속에서 무술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면, 미래 응용 환경에서 더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관점에서 춘완 퍼포먼스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기술 로드맵의 이정표에 해당한다. 운동 능력은 지능형 로봇의 전제 조건이다. 안정적으로 서고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비로소 실질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유니트리는 2026년 내에 실용 지향 서비스 로봇과 기술 한계를 탐구하는 탐색형 모델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공개한 R1은 5,900달러라는 초저가로, G1보다 10,000달러 이상 저렴한 엔트리 모델이다. 이는 로봇의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춘완 퍼포먼스를 계기로 자본 시장은 "로봇의 1차 사업이 실제로 공연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쇼, 무대, 대회, 콘서트 등이 공장이나 서비스 현장보다 펀딩 유치와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로봇 산업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있다.
왕싱싱의 마지막 말이 이 모든 것을 압축한다. "로봇이 진정으로 인간의 생산성을 발전시키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이며 올해 반드시 추구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