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700만 곡. 2주마다 Spotify 전체 카탈로그에 맞먹는 음악이 단 하나의 플랫폼에서 쏟아지고 있다. AI 음악 생성 서비스 Suno가 만들어 내는 수치다. 놀라운 것은 이 숫자보다, 그 뒤에서 벌어진 법적·산업적 격변이다.
2024년 6월, 미국 음반산업협회 RIAA는 Suno와 Udio를 상대로 저작권 대규모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규모를 저작물 1건당 최대 15만 달러로 잡으면 천문학적 배상액이 가능한 소송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반 만에 상황은 극적으로 뒤집혔다. 2025년 11월 25일, Warner Music Group(WMG)과 Suno는 업계 최초의 라이선스 기반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소송을 일단락 지었다. AI 음악 업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 글은 Suno와 WMG 간 딜의 구체적 내용,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아티스트 권리 프레임워크,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유럽 전선까지 AI 음악 저작권 지형 전체를 짚는다. 음악 산업과 AI 기술의 교차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정리했다.
| 항목 | 내용 |
|---|---|
| 계약 체결일 | 2025년 11월 25일 |
| 당사자 | Warner Music Group (WMG) & Suno |
| 성격 | 저작권 소송 합의 + 라이선스 파트너십 |
| Suno 기업가치 | 24억 5,000만 달러 (Series C, 2025년 11월) |
| 연간 매출 | 3억 달러 ARR (2026년 2월 기준) |
| 유료 구독자 | 200만 명 (2026년 2월 기준) |
| 일일 생성 곡 수 | 약 700만 곡 |
| 핵심 변화 | 비라이선스 모델 전면 폐기, 라이선스 기반 신규 모델로 교체 |
Suno와 WMG의 딜, 무엇이 달랐나
단순한 소송 합의가 아니다. WMG와 Suno 간의 계약은 AI 음악 업계 최초로 라이선스 기반 모델로의 '전면 전환'을 공식화한 파트너십이다. WMG CEO Robert Kyncl은 "AI가 프로-아티스트가 되려면 라이선스 모델을 준수하고, 음악의 가치를 플랫폼 안팎에서 반영해야 하며, 아티스트와 작곡가에게 자신의 이름·이미지·목소리·작곡물의 AI 활용에 대한 옵트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합의 내용의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Suno는 2026년 중 기존 모델을 전면 폐기하고 라이선스 데이터로 학습된 신규 모델로 교체한다. 기존 V5를 포함한 현재 모든 모델은 deprecated(서비스 종료) 처리된다. 둘째, 아티스트와 작곡가는 자신의 이름·이미지·목소리·작곡물이 AI 생성 음악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명시적 옵트인이 필요하다. 강제가 아닌 동의 기반 구조다. 셋째, Suno는 WMG로부터 라이브 음악 플랫폼 Songkick을 인수했다.
WMG와 Suno의 딜은 단순한 소송 종료를 넘어 AI 음악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 산업과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blueprint)'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Suno CEO Mikey Shulman은 "이번 파트너십이 음악을 만들고, 소비하고, 경험하고, 공유하는 방식 전체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
다운로드 정책의 전면 개편
합의 이후 Suno의 수익 구조는 크게 세 방향으로 바뀐다. 가장 직접적으로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다운로드 정책이다.
기존에는 무료 사용자도 생성한 곡을 자유롭게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규 모델 출시 이후부터는 무료 티어에서 만든 곡은 다운로드가 불가능해지고, 재생 및 공유만 허용된다. 유료 사용자 역시 월간 다운로드 상한이 생기며, 추가 다운로드는 별도 결제 방식으로만 가능해진다. 이는 AI 생성 음악에 대한 접근성과 수익화 사이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구조적 변화다.
Songkick 인수의 의미
Suno가 WMG로부터 라이브 음악 및 공연 정보 플랫폼 Songkick을 인수한 것은 전략적 확장이다. WMG는 2017년 Songkick의 주요 자산을 인수했으며, Suno는 이를 다시 인수해 AI 음악 생성과 라이브 공연 발견 플랫폼을 통합하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WMG와 Suno 양사는 "Suno와 Songkick의 결합이 아티스트-팬 커넥션을 더 깊이 있게 만들 새로운 잠재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료 사용자라면 신규 모델 전환 이전에 기존에 생성한 곡들을 미리 다운로드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일부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구형 모델 폐기 전 자신의 카탈로그를 백업하는 가이드가 공유되고 있다.
| 구분 | 기존 정책 | 변경 후 정책 |
|---|---|---|
| 무료 사용자 다운로드 | 가능 | 불가 (재생·공유만 허용) |
| 유료 사용자 다운로드 | 무제한 | 월간 상한 부여 |
| AI 모델 | 비라이선스 데이터 학습 | 라이선스 기반 신규 모델 |
| 아티스트 동의 | 없음 | 이름·목소리·작곡물 옵트인 필수 |
| Songkick | WMG 소유 | Suno 인수·운영 |
소송의 시작과 업계 연쇄 반응
RIAA 소송 제기와 대형 레이블의 총공세
2024년 6월 24일, RIAA는 Sony Music Entertainment, Universal Music Group, Warner Music Group을 대표해 Suno(매사추세츠 연방법원)와 Udio(뉴욕 연방법원)에 각각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주장은 두 회사가 저작권이 있는 대규모 음원 라이브러리를 무단으로 AI 모델 훈련에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저작물 1건당 최대 15만 달러의 법정 손해배상을 청구해 총 잠재 배상액은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
소장에는 구체적인 사례도 포함됐다. Suno의 경우 B.B. King의 'The Thrill Is Gone'을 포함한 곡들의 일부가 AI 생성 음악에 재현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Suno 측은 소송에 맞서 "이는 AI 혁신을 억압하려는 시도"라며 반박했지만, 법원 공방은 계속됐다.
연쇄 합의: Udio → Suno로 이어진 도미노
WMG와 Suno의 딜 이전에도 연쇄적인 합의가 있었다. 2025년 10월 29일, Universal Music Group은 Udio와 저작권 침해 소송을 합의하고 라이선스 기반 AI 음악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불과 3주 후인 11월 19일, WMG도 Udio와 별도 합의 및 라이선스 딜을 체결했다. 같은 날 WMG는 Stability AI와도 AI 음악 창작 도구 관련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그리고 11월 25일, WMG와 Suno의 최종 딜이 공표됐다. WMG CEO Robert Kyncl은 "Suno의 빠른 스케일업에 맞춰 수익을 확장하고 새로운 팬 경험을 제공할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송과 합의의 연쇄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대형 레이블 3사 모두가 결국 AI 플랫폼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 기반 공존'의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AI 음악 기술의 성장 동력을 인정하면서 저작권 수익 분배 구조를 새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 합의 타임라인 | 당사자 | 내용 |
|---|---|---|
| 2024년 6월 24일 | RIAA vs. Suno & Udio | 대규모 저작권 침해 소송 제기 |
| 2025년 10월 29일 | UMG + Udio | 소송 합의 + 라이선스 파트너십 |
| 2025년 11월 19일 | WMG + Udio | 합의 + 차세대 AI 플랫폼 파트너십 |
| 2025년 11월 19일 | WMG + Stability AI | AI 음악 창작 도구 파트너십 |
| 2025년 11월 25일 | WMG + Suno | 업계 최초 라이선스 전환 딜 |
아직 끝나지 않은 전선: 유럽과 독립 음악계
미국 대형 레이블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Suno를 향한 법적 공세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독일의 저작권 관리 단체 GEMA는 2025년 1월 Suno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26년 3월 현재 독일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며, 판결은 2026년 6월 12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판결은 유럽 전역의 AI 음악 저작권 기준을 재정립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덴마크의 저작권 관리 단체 Koda도 2025년 11월 Suno를 고소했다. Koda CEO는 "혁신은 훔친 것 위에 세워질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Koda의 주장은 Suno가 회원들의 음악을 AI 모델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으로, 미국 내 합의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은 저작권 원칙 측면에서도 진행형이다. 2026년 3월 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AI 생성 저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Thaler v. Perlmutter 사건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인간의 창작적 개입 없이 AI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하급심 원칙이 사실상 확정됐다. AI 생성 음악의 저작권 귀속 문제는 앞으로도 업계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WMG와의 합의는 미국 내 주요 레이블 소송을 종결시켰지만, 유럽의 GEMA·Koda 소송은 별도 법적 절차로 진행 중이다. 특히 GEMA 케이스의 독일 법원 판결은 EU 내 AI 음악 저작권 규제의 방향성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Suno의 성장과 AI 음악 시장의 현재
소송 중에도 Suno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2025년 11월 19일, Suno는 Menlo Ventures 주도로 2억 5,000만 달러의 Series 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24억 5,00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NVIDIA의 벤처 투자 부문 NVentures, Lightspeed, Matrix 등도 참여했다. 당시 연간 매출(ARR)은 2억 달러로 보고됐으며, 2026년 2월에는 3억 달러 ARR, 유료 구독자 200만 명 달성이 공식 확인됐다.
수치는 더 있다. Suno는 현재 하루 약 700만 곡을 생성한다. 이는 2주마다 Spotify 전체 카탈로그에 맞먹는 양이다. 총 사용자는 2,500만 명 이상이 Suno를 사용해 본 것으로 집계되며, 활성 사용자 기준으로는 약 250만 명 수준이다. Suno CEO Mikey Shulman은 2026년 3월 인터뷰에서 "AI가 음악을 세상에서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AI 음악 시장 전체의 확장을 반영한다. 음악 산업 전체로 보면 2024년 전 세계 음악 산업은 약 4.8% 성장했으며,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Suno의 성장세는 AI 음악 도구에 대한 일반 사용자의 수요가 폭발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료 구독자 200만 명과 하루 700만 곡이라는 숫자 사이의 간극은, 대부분의 생성이 무료 혹은 소규모 유료 사용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최적화가 앞으로 Suno의 핵심 과제다.
WMG와의 딜, 3억 달러 ARR 달성, Songkick 인수 — 이 모든 사건은 각각 독립적인 뉴스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큰 흐름 위에 놓여 있다. AI 음악은 더 이상 저작권 회색지대에서 작동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제는 음악 산업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라이선스 계약, 아티스트 동의, 수익 배분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6년 3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6개 음악권리단체가 'K음악권리단체 상생위원회'를 발족하며 창작자 동의 없는 무단 AI 학습 금지, AI 생성물의 투명성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AI 음악 저작권 문제는 글로벌 공통 과제가 됐다.
2026년, AI 음악의 판도는 기술 우위보다 법적 정당성과 아티스트 신뢰를 확보한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Suno가 라이선스 기반 신규 모델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음질과 창작 자유도를 모두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AI 음악 생태계 전체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