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등본 한 장 떼려면 정부24에 접속하고, 공인인증서를 찾고, 메뉴를 헤매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직장인이라면 점심시간에 주민센터를 뛰어가거나, 밤늦게 컴퓨터를 켜야 하는 불편함도 일상이었다. 그런데 2026년 3월 10일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카카오가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카카오톡 기반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를 공식 출시한 것이다. 카카오톡 대화창에 "주민등록등본 발급해줘"라고 한마디만 입력하면, 인증 절차를 거쳐 30초 이내에 전자증명서가 발급된다. 별도의 앱 설치도, 복잡한 로그인 절차도 필요 없다.
이 글에서는 AI 국민비서가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 기존 정부24 서비스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확대될 예정인지까지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담았다.
AI 국민비서가 탄생한 배경과 추진 경과
행정안전부는 오래전부터 국민비서 구삐라는 이름으로 행정 알림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2021년 3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건강검진 일정, 여권 만료일, 자동차 검사 마감일 같은 생활 밀착형 알림을 카카오톡과 네이버 등 민간 채널을 통해 제공했다. 2022년 10월 가입자 1500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 7월에는 누적 회원 1700만 명을 넘기며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표 전자정부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기존 국민비서는 단방향 알림에 가까웠다. 세금 납부 고지서를 받거나 검진 일정을 확인하는 수준이었을 뿐, 실시간 질의응답이나 서류 발급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정부24에 접속해야만 실제 민원 처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25년 10월 27일 네이버, 카카오와 'AI 에이전트 기반 공공서비스 혁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민간 플랫폼에서 대화하듯 명령하면 행정서비스를 안내하고 처리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약 5개월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26년 3월 9일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통식이 열렸고, 다음 날인 3월 10일부터 시범서비스가 공식 시작됐다.
** AI 국민비서는 "국민이 정부를 찾아오는 행정"에서 "정부가 국민을 찾아가는 행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서비스다. 기존에는 정부24라는 별도 포털을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5000만 국민이 이미 사용 중인 카카오톡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 구분 | 기존 국민비서 | AI 국민비서 (2026년 3월) |
|---|---|---|
| 서비스 유형 | 단방향 알림·고지 | 양방향 대화형 AI 에이전트 |
| 민원 처리 | 불가 (정부24 별도 접속 필요) | 대화창 내 직접 발급·예약 가능 |
| AI 모델 | 미적용 | 카나나(Kanana) 기반 |
| 증명서 발급 | 알림만 제공 | 100여 종 전자증명서 즉시 발급 |
| 공공시설 예약 | 미지원 | 1200여 개 시설 조회·예약 |
| 소요 시간 | 정부24 접속 후 평균 3 - 5분 | 약 30초 |
AI 국민비서의 핵심 기능과 이용 방법
전자증명서 발급 서비스
AI 국민비서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전자증명서 발급이다. 현재 100여 종의 전자증명서를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바로 신청하고 받아볼 수 있다. 주민등록등본, 주민등록초본,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사업자등록증, 가족관계증명서 등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서류가 포함된다.
이용 절차는 간단하다. 카카오톡에서 '국민비서 구삐' 공식 채널을 검색해 채팅방을 연다. 대화창에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발급 가능 여부를 안내한다. 주민등록상 거주 시도와 시군구 주소를 확인한 뒤 PASS 앱을 통한 본인인증을 거치면 전자증명서가 즉시 발급된다. 발급된 서류는 미리 등록한 은행 등 제출처로 바로 전송할 수도 있다.
** 등본과 초본의 차이를 모르거나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헷갈릴 때도 AI에게 질문하면 된다. "등본과 초본의 차이가 뭐야?"라고 물으면 AI가 증명서 종류 간 차이, 발급 수수료 같은 관련 정보를 출처와 함께 즉시 답변해준다.
공공시설 예약 서비스
두 번째 핵심 기능은 공유누리 연동 공공시설 예약이다. 전국 약 1200개의 공공 체육시설과 회의실을 AI 대화만으로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다. "한강 근처 공공 체육시설을 예약해줘"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공유누리 플랫폼과 연동되어 장소 검색, 운영 정보 확인, 이용 요금 조회, 예약, 변경, 취소까지 한 번에 처리된다.
행정 정보 안내 및 상담
단순 서류 발급 외에도 다양한 행정 정보를 자연어로 질문할 수 있다. 고등학교 학적 이력 확인 방법, 이사 후 금융 업무에 필요한 서류, 전세 대출에 필요한 증명서 목록 등 실생활 밀착형 행정 정보를 AI가 안내해준다.
** 현재 시범서비스 단계이므로 모든 행정 민원이 처리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자증명서 발급과 공공시설 예약이 핵심 기능이며, 세금 신고나 복잡한 인허가 민원은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서비스 범위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기능 | 세부 내용 | 연동 시스템 |
|---|---|---|
| 전자증명서 발급 | 주민등록등·초본,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100여 종 | 행정안전부 전자증명서 발급·유통 시스템 |
| 공공시설 예약 | 전국 1200여 개 체육시설·회의실 조회·예약·변경·취소 | 공유누리 플랫폼 |
| 행정 상담 | 증명서 차이 안내, 발급 수수료, 필요 서류 확인 등 | AI 브리핑 기술 |
| 알림 서비스 | 건강검진, 여권 만료, 자동차 검사, 과태료 고지 등 | 기존 국민비서 알림 유지 |
카나나 AI 모델과 보안 기술의 역할
AI 국민비서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은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 카나나(Kanana)다. 카나나는 한국어와 영어 처리에 특화된 대규모 언어 모델로, 한국어 성능 평가에서 80억 파라미터 이하 모델 중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단순히 텍스트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 이해, 맥락 파악, 도구 사용(에이전틱 AI)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복잡한 행정 요청도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다.
특히 공공 서비스라는 특성을 고려해 카나나 세이프가드(Kanana Safeguard)라는 AI 가드레일 모델이 적용됐다. 이 모델은 사용자의 입력과 AI의 응답 양쪽 모두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유해 콘텐츠를 필터링한다. 법적·정책적 리스크, 개인정보 노출 위험, 지식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을 분류해 차단하는 구조다. 카카오는 이 모델을 2025년 5월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소스로 공개해 투명성도 확보했다.
서비스 구현에는 카카오가 자체 구축한 AI 에이전트 빌더(AI Agent Builder)가 활용됐다. 이 도구를 통해 행정안전부의 전자증명서 발급 시스템과 공유누리 예약 시스템을 카카오톡 대화 인터페이스에 연결하는 AI 에이전트를 빠르게 구성할 수 있었다.
** 카나나 세이프가드는 개인정보 보호에 특히 주력한다. 주민등록번호나 민감 개인정보가 대화 중 노출되지 않도록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적용되어 있다. 메신저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인증은 PASS 앱 등 별도 인증 수단을 거치며 대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 AI 국민비서가 모든 질문에 정확히 답변하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 특성상 할루시네이션(사실과 다른 답변 생성)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중요한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 발급 시에는 발급된 문서의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이버 AI 국민비서와 카카오톡 AI 국민비서 비교
행정안전부는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와도 동시에 AI 국민비서를 출시했다. 두 서비스는 기본 기능(전자증명서 발급, 공공시설 예약)이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과 부가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구현했다. 네이버 앱 메인 화면의 '마이' 탭에서 'AI 국민비서' 버튼을 눌러 이용한다. 네이버 플레이스 검색 결과에서도 'AI 국민비서로 공공시설 예약하기' 배너를 통해 바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공공시설 예약 완료 후 네이버 플레이스에 축적된 리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근 맛집을 추천해주는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카카오는 5000만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 안에서 별도 앱 설치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국민비서 구삐' 채널을 친구로 추가하면 일반 채팅하듯 자연스럽게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나나 세이프가드를 통한 개인정보 보호와 유해 콘텐츠 차단에도 특별히 주력하고 있다.
| 비교 항목 | 카카오톡 AI 국민비서 | 네이버 AI 국민비서 |
|---|---|---|
| AI 모델 | 카나나(Kanana) |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
| 접근 경로 | 카카오톡 → '국민비서 구삐' 채널 검색 | 네이버 앱 → 마이 탭 → AI 국민비서 버튼 |
| 전자증명서 | 100여 종 발급 | 100여 종 발급 |
| 공공시설 예약 | 공유누리 연동 1200여 개 | 공유누리 + 네이버 플레이스 연동 1200여 개 |
| 부가 기능 | 카나나 세이프가드 보안 강화 | 인근 맛집 추천, AI 브리핑 출처 표시 |
| 별도 앱 설치 | 불필요 (카카오톡 내) | 불필요 (네이버 앱 내) |
| 향후 확장 | KTX·SRT 승차권, 건강검진 추천 등 | AI탭 연계, 네이버 신분증 연동 등 |
AI 국민비서의 향후 확장 계획과 전망
현재 AI 국민비서는 시범서비스 단계지만, 앞으로의 확장 로드맵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교통 서비스 연계가 가장 가까운 확장 영역이다. 카카오는 KTX와 SRT 승차권 예매·결제 서비스를 카카오톡 AI 국민비서에 연결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KTX 예매해줘"라고 대화창에 입력하면 열차 시간 조회부터 좌석 선택,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국세청 연말정산 서비스 연결도 예정되어 있다. 연말정산 시즌에 필요한 각종 증빙 서류를 AI 대화만으로 발급받고, 소득·세액 공제 관련 정보를 질문하면 AI가 개인 상황에 맞춰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추가된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보 안내도 핵심 확장 방향이다. 출생신고, 입학, 취업, 결혼, 출산, 이사, 퇴직 등 인생의 주요 시점마다 필요한 행정 절차와 서류를 AI가 선제적으로 안내해주는 지능형 서비스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음성 인터페이스 도입도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는 텍스트 기반 명령만 가능하지만, 음성 인식 기능이 추가되면 시각장애인이나 고령층도 "등본 발급해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2026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통합 에이전트 'AI탭'과 AI 국민비서를 연계해, 이용자의 다양한 상황과 요구에 공공 서비스가 적시에 제공되는 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다. 2024년 행정안전부 평가를 통과해 모바일 신분증 사업자로 선정된 네이버는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 네이버 신분증 서비스도 함께 확장하고 있다.
** 향후 확장 서비스의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KTX·SRT 승차권 예매, 연말정산 연계 등은 행정안전부와 관계 기관 간 협의 및 시스템 연동 작업이 필요하므로, 실제 서비스 개시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행정 서비스가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이번 변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2025년 기준 대한민국 전자정부 서비스 이용률은 90%를 넘지만, 실제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었다. AI 국민비서는 이 문턱을 카카오톡이라는 익숙한 공간으로 낮추면서 "공기 같은 행정 서비스"를 실현하려는 첫걸음이다.
지금 카카오톡을 열고 '국민비서 구삐'를 검색해 채널을 추가해보자. 대화창에 "주민등록등본 발급해줘"라고 한 줄만 입력하면, 30초 만에 서류가 발급되는 경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공공시설 예약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체육시설 예약하고 싶어"라고 입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