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말레이시아의 10살 소년이 엄마 신용카드로 100달러에 구입한 도메인이 있다. 32년이 지난 2025년, 이 도메인은 7,000만 달러(약 1,026억 원)에 팔렸다. 도메인 거래 역사상 최고가다. 그 도메인의 이름은 바로 AI.com이다.
왜 단 두 글자짜리 도메인에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됐을까. 누가 팔았고, 누가 샀으며, 그 위에 어떤 서비스를 올렸을까. 이 글에서는 AI.com을 둘러싼 소유권 변천사, 역대급 거래의 배경, 그리고 2026년 슈퍼볼에서 공개된 새로운 플랫폼의 정체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이 한 편의 글로 AI.com에 대한 핵심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AI.com 도메인의 소유권 변천사 (1993년부터 2025년까지)
AI.com은 1993년 5월 4일에 최초 등록됐다. 등록 당시 소유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던 아르시안 이스마일(Arsyan Ismail)이라는 인물이다. 당시 겨우 10살이었던 그는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100달러(당시 환율 약 256링깃)에 이 도메인을 구매했다.
아르시안이 AI.com을 산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의 이름 이니셜이 A.I.(Arsyan Ismail)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열풍이 불기 30년 전, 순전히 자기 이름 이니셜 때문에 산 도메인이 역사상 가장 비싼 도메인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르시안은 단순한 도메인 투자자가 아니다. 1998년 15살에 첫 인터넷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03년 말레이시아 최초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Kawanster'를 만들었다. 2005년에는 말레이시아 블로그 광고 플랫폼 Nuffnang의 시니어 프로그래머로 활동했고, 2008년에는 Friendster의 시니어 웹 개발자로 근무했다. 2014년부터는 비트코인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초기 암호화폐 신봉자이기도 하다.
아르시안은 AI.com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이메일 주소(a@ai.com), 가장 짧은 URL(g.gg), 가장 짧은 이더리움 네임 서비스(aaa.eth) 등 희소성 높은 디지털 자산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com의 소유권 자체는 아르시안에게 남아 있었지만, 도메인의 리다이렉트(접속 시 연결되는 페이지) 대상은 수차례 바뀌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 시기 | 리다이렉트 대상 | 비고 |
|---|---|---|
| 2023년 초반 | OpenAI의 ChatGPT | chat.openai.com으로 연결 |
| 2023년 8월 | 일론 머스크의 xAI (x.ai) | ChatGPT에서 갑자기 전환 |
| 2024년 2월경 | MKBHD 유튜브 영상 | 단기간 유지 |
| 2024년 3월경 | Google Gemini | 수개월간 유지 |
| 2024년 7월 | 다시 OpenAI의 ChatGPT | 재연결 |
| 2025년 2월 | DeepSeek | 중국 AI 스타트업으로 전환 |
| 2025년 4월 이후 | 매각 완료 | 크립토닷컴 CEO에게 소유권 이전 |
아르시안은 이 리다이렉트를 통해 AI 업계의 주요 기업들을 번갈아 홍보하며 "빅테크 트롤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전략은 도메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마케팅이었다.
당시 리다이렉트가 바뀔 때마다 "OpenAI가 AI.com을 매각했다", "DeepSeek이 AI.com을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제 소유권은 아르시안에게 계속 있었다. 리다이렉트 설정은 도메인 소유자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이며, 소유권 이전과는 무관하다.
7,000만 달러 거래의 전말: 누가 샀고, 왜 샀나
구매자: 크리스 마잘렉 (Kris Marszalek), 크립토닷컴 CEO
2025년 4월, AI.com은 마침내 새 주인을 찾았다. 구매자는 크리스 마잘렉(Kris Marszalek),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다.
거래 금액은 7,000만 달러(약 1,026억 원)이며, 대금 전액이 암호화폐로 지불됐다. 이는 공개된 도메인 거래 중 역대 최고가 기록이다. 중개는 도메인 슈퍼 브로커 래리 피셔(Larry Fischer)의 회사 GetYourDomain.com이 담당했다. 래리 피셔는 2014년 메타(Meta)에 Messenger.com을 판매하는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도메인 거래를 성사시킨 업계 최고 중개인이다.
당초 2025년 3월 GetYourDomain.com이 AI.com 매물 공고를 올렸을 때 요구 가격은 1억 달러(약 1,460억 원)였다. 최종 거래가는 이보다 낮은 7,000만 달러에 성사됐지만, 여전히 기존 최고 기록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크리스 마잘렉은 도메인 투자에 남다른 안목을 가진 인물이다. 2018년 자신의 회사(당시 이름 'Monaco')를 리브랜딩하며 Crypto.com 도메인을 1,200만 달러에 매입한 전적이 있다. 이 결정은 크립토닷컴이 전 세계 8,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왜 7,000만 달러를 투자했나
크리스 마잘렉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10년에서 20년을 내다보면, AI는 우리 생애 가장 큰 기술 물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의 투자 논리는 크립토닷컴 도메인 구매 때와 동일하다. 특정 기술의 대명사가 될 수 있는 '카테고리 정의형(category-defining)' 도메인은 대체 불가능하며,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래리 피셔도 FT에 이렇게 말했다. "AI.com 같은 자산에는 대체재가 없다. 한번 매물이 나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 있다."
| 역대 주요 도메인 거래 비교 | 거래 금액 | 거래 연도 |
|---|---|---|
| AI.com | 7,000만 달러 | 2025년 |
| CarInsurance.com | 4,970만 달러 | 2010년 |
| VacationRentals.com | 3,500만 달러 | 2007년 |
| Voice.com | 3,000만 달러 | 2019년 |
| PrivateJet.com | 3,000만 달러 | 비공개 |
| 360.com | 1,700만 달러 | 비공개 |
| Crypto.com | 1,200만 달러 | 2018년 |
기업 인수와 함께 이전된 도메인(예: Cars.com 8억 7,200만 달러, Business.com 3억 4,500만 달러)은 순수 도메인 거래가 아닌 사업체 매각 금액이므로 직접 비교가 어렵다. AI.com의 7,000만 달러는 순수 도메인 거래로서 역대 최고가다.
아르시안 이스마일 입장에서는 100달러 투자가 7,000만 달러로 돌아온 셈이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70만 배, 즉 7,000만 퍼센트 수익이다. 아르시안은 협상 과정에 대해 NDA(비밀유지계약)를 이유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 가지 조언만 남겼다. "억만장자와 거래할 때 절대 과도하게 협상하지 마라. 딜 자체를 날릴 수 있다."
AI.com 거래 대금이 전액 암호화폐로 지불된 것은 구매자가 크립토닷컴 CEO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다만 암호화폐 결제 특성상 정확한 달러 환산 가치는 결제 시점의 시세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도메인 매도자의 수령 가치가 한때 1억 1,000만 달러까지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AI.com에 올라간 서비스: 자율형 AI 에이전트 플랫폼
2026년 2월 8일, 슈퍼볼 LX에서 공식 런칭
크리스 마잘렉은 도메인 구입 후 약 10개월간 비밀리에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리고 2026년 2월 8일(현지 시간), 슈퍼볼 LX(60회 슈퍼볼) 4쿼터 중 30초 광고를 통해 전 세계에 AI.com을 공식 공개했다.
슈퍼볼 광고 비용은 30초 기준 약 8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약 117억에서 146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도메인 구입비 7,000만 달러에 광고비까지 합하면 총 투자 규모는 8,000만 달러에서 8,500만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AI.com 플랫폼의 정체
AI.com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다. 자율형 AI 에이전트(Autonomous AI Agent)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만의 개인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으며, 이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세계의 작업을 수행한다.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다.
일상 업무 자동화 측면에서 캘린더 관리, 이메일 정리, 미팅 스케줄링, 구독 서비스 해지 등을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처리한다. 금융 거래 기능으로는 사용자 대신 주식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앱 간 연동 작업을 통해 여러 애플리케이션에 걸친 복합적인 워크플로를 하나의 에이전트가 처리한다. 자기 진화(Self-Improvement) 능력도 갖추고 있어 에이전트가 특정 기능이 부족하면 스스로 해당 기능을 개발하여 추가한다. 또한 사용자 간 공유를 통해 한 에이전트가 개발한 새로운 기능을 네트워크 전체에 공유할 수 있다.
AI.com이 기존 AI 챗봇 서비스(ChatGPT, Gemini, Claude 등)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대화'가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챗봇이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친다면, AI.com의 에이전트는 실제로 앱을 조작하고, 거래를 실행하며, 워크플로를 자동화한다.
| 비교 항목 | 기존 AI 챗봇 (ChatGPT, Gemini 등) | AI.com 자율형 에이전트 |
|---|---|---|
| 핵심 기능 | 질문-답변 대화 | 실제 작업 수행 및 자동화 |
| 앱 연동 | 제한적 (API 기반) | 다수 앱에 걸친 복합 워크플로 |
| 자기 학습 | 대화 맥락 유지 수준 | 부족한 기능을 자체 개발 |
| 금융 거래 | 불가 | 주식 거래 등 직접 실행 |
| 사용자 맞춤 | 설정 수준 커스터마이징 | 개인 전용 에이전트 생성 |
| 기술 진입장벽 | 낮음 | 60초 내 에이전트 생성 가능 |
| 블록체인 연계 | 없음 | 탈중앙화 AI 에이전트 지향 |
슈퍼볼 런칭의 명암
슈퍼볼 광고가 나간 직후, AI.com 웹사이트에 폭발적인 트래픽이 몰렸다. 광고 추적 업체에 따르면 AI.com 광고는 슈퍼볼 LX 평균 광고 대비 9.1배 높은 참여율(engagement)을 기록했다.
그러나 동시에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광고 방영 직후 수분 내에 사이트 접속 불가 상태가 됐고, 회원 가입 시도 역시 실패 루프에 빠지는 현상이 보고됐다. SNS에서는 "7,000만 달러 도메인 + 슈퍼볼 광고를 사놓고 트래픽을 감당 못 하다니"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AI.com 플랫폼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주식 거래나 금융 관련 기능은 향후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플랫폼의 안정성과 보안성은 시간이 지나야 검증할 수 있으므로, 민감한 개인정보나 금융 정보 연동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크립토닷컴 CEO의 전략: 크립토에서 AI로의 대전환
크리스 마잘렉의 AI.com 인수는 단순한 도메인 매입이 아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AI 업계로의 대규모 전략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의 전략 패턴은 일관된다. 2018년 Crypto.com 도메인을 1,200만 달러에 사면서 회사 이름 자체를 바꿨고, LA 스테이플스 센터의 이름을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바꾸는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s)에 7억 달러(약 1조 원)를 투자했다. 1억 5,000만 명의 사용자를 암호화폐 세계로 끌어들인 인물이 이제 AI 세계에 같은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AI.com 플랫폼은 블록체인과 AI의 융합을 지향한다.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탈중앙화 환경에서 운영하겠다는 비전이며, 이는 크립토닷컴의 기존 인프라 위에 AI 레이어를 올리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AGI(범용 인공지능)로 가는 관문이 되겠다는 포부까지 담고 있다.
다만 이 전략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7,000만 달러짜리 도메인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Sex.com을 1,400만 달러에 산 두 번째 소유자가 수익화에 실패하고 파산한 사례도 있다. 도메인의 가치와 플랫폼의 성공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AI.com은 현재 사용자 핸들(username) 등록을 받고 있다. 초기 좋은 핸들을 확보하고 싶다면 일찍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 안정화 이전에 민감 정보 입력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AI.com의 이야기는 인터넷 도메인이라는 디지털 부동산의 가치가 기술 트렌드에 따라 얼마나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10살 말레이시아 소년의 100달러 투자가 32년 만에 1,026억 원이 된 현실, 암호화폐 거래소 CEO가 AI 시대의 관문을 사기 위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현실, 그리고 슈퍼볼이라는 세계 최대 무대에서 공개된 자율형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라는 현실이 하나의 도메인 안에 응축돼 있다.
이 거래가 성공적인 투자로 기록될지, 아니면 닷컴 버블의 재현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분명한 것은 AI라는 두 글자가 2026년 현재 기술 산업에서 가장 값비싼 키워드라는 사실이다.
지금 AI.com에 접속해 직접 서비스를 체험해 보고,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기존 챗봇과 어떻게 다른지 판단해 보자. 이 판단이 앞으로의 AI 기술 활용 전략을 세우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